검은 계란을 먹다

1 2006.05.25 : 검은 계란을 먹다[ | ]

새벽에 일찍 깼다. 요 근처 산이 좋다고 하니 날이 좋으면 한번 올라가보리라 했는데 날이 좋더군. 산행을 한번 해볼까 하고 일단 나왔다. 아저씨는 절대 못일어나니 갈테면 가라시더라.

그런데 할머니 설명으로는 한 두시간이면 올라갈 수 있다던 그곳이 생각보다 상당히 멀다. 산 초입까지 찾아가는데도 한 40분은 걸린것 같다. 작은 산이라고 얕본 것이었나, 보니까 산에 올라가면 아침을 못먹을 것 같아서 그냥 적당히 포기했다. 대신 그 근처를 좀 걸어보았다. 어제는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여기서 살면 분명히 심심해서 좀이 쑤실것만 같기는 하다. 출출하여 편의점에 들어가 초코렛을 하나 사먹었다. 카카오 비율이 상당히 높아서 하나도 달지 않고 쓰기만 한 녀석이다. 이건 성인용 초컬렛인가. -_- 근데 먹다보니 입에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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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녀석이 성인용 초컬렛이다.

밥시간에 맞춰서 내려갔다. 이번에는 어떤 메뉴가?! 하고 기대했는데 어제 저녁보다는 확실히 좀 가벼운 식사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깨끗하고 맛있는 식사였다. 할머니는 시중을 들어주시면서 연신 맛있죠? 하고 칭찬을 강요하신다. 아침이라 잘 먹히진 않았지만 열심히 칭찬해가면서 든든하게 먹었다.

나가서 일단 등산열차를 타고 좀 더 올라갔다. 이 등산열차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하코네에만 남아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케이블카를 탔다. 이것도 어제 샀던 하코네 프리패스에 포함되어있는거다. 아저씨는 버스타고 도신다고 하여 헤어졌다. 우리가 케이블카라고 부르는 것은 일본에서는 로프웨이다. 일본에서 케이블카라고 하면 그건 차에 케이블이 연결되어 위에서 잡아당기는 스타일이라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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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앞쪽이 케이블카이고 뒤쪽이 로프웨이 되겠다.

올라가다 정거장에서 내렸다. 여기서 온천을 보는 코스인게다. 황내가 섞인 묘한 냄새가 이 일대에 진동을 한다. 보니까 여기서 온천수를 뽑아 아래쪽에 공급해주면 고라나 유모토 등으로 흘러들어가 거기서 온천 서비스를 하고있는 것이다. 사실 지질학 전공자인 나로서는 여기에서 할말이 많아야 정상인데 인생에서 지질학을 날려버린지 어언 십년이 되어가는지라 별로 할 말이 없다. 이렇게 팔팔한 온천이 있다니, 역시 일본. 이정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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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게 온천의 실체다. 공장이나 광산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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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까이에서 찍은 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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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지산은 일본인들이 민족의 영산으로 섬기기에 충분하다. 8월에만 개방한다고 하니 다음에는 시즌에 맞춰가서 한번 올라가줄까 생각도 든다.

이 하코네 온천은 후쿠자와유키치와 관계가 있다. 후쿠자와는 몸이 안좋아서 도쿄 근교의 이 온천에 자주 놀러왔는데 동네사람을 모아놓고 관광지로 개발하면 앞으로 잘먹고 잘살 수 있으니 열심히 해보라, 도와주겠다 이렇게 얘기하여 일찌감치 개발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확실히 유럽과 미국을 여러번 왔다갔다 한 사람인지라 뭐가 돈이 될거다라는 것을 정확하게 짚어준 것이다.
너는 왜 지질학은 모르고 이런 쓸데없는 것만 알고있냐고 물어본다면 할 말 없다. 나도 내 대학생활 4년이 참으로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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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온천에는 온천수에 삶은 계란이 명물인데 무슨 화학작용인지는 모르겠지만 계란이 검게 변한다. 알맹이는 그냥 똑같이 삶은 달걀이다. 빠글빠글 모여서 계란을 사고있다.

기묘하게도 여기는 온천 바로 옆에 꽤 큰 호수가 있다. 온천과 호수가 함께있다니 이건 천혜의 관광자원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호수 건너는 유람선 역시 프리패스에 포함된지라 이번에는 배를 탔다. 오는동안 배 위에서 꼬박꼬박 졸았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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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람선은 상당히 유치한 자태다. 호수가에도 신사가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종교에 관심없는 나라라면서 신사는 정말 어디에 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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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에서 내려 바로 옆의 삼나무 산책코스를 조금 걸었다. 얘네들은 숲의 스케일도 우리에 비하면 정말 크다. 지네들 자연을 너무 잘 보존해놓은 것을 보면 좀 화가 날 정도다.

도쿄로 돌아왔다. 오늘의 잠자리는 아사쿠사의 비즈니스 호텔이다. 약도를 보니 별로 멀지 않아보여서 우에노 근처에서 걸어갔는데 상당히 멀어서 당황했다. 한시간은 걸은듯. 도착해서 올라가보니 역시 비즈니스 호텔답게 시설이 꽝이다. 요코하마의 비즈니스 호텔보다도 구리더라.

1.1 촌평[ | ]


천둥번개를동반한온천욕 <= 검은 계란을 먹다 => 제국주의는야만이다

거북이일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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