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시인의마을

# 내 혀가 입 속에 갇혀있길 거부한다면[ | ]

나는 그를 죽이는 중입니다
잔뜩 피를 빤 선형동물, 동백이 뚝뚝 떨어지더군요 그는 떨어져 꿈틀대 는 빨간 벌레들을 널름널름 주워 먹었습니다 나는 메스를 더욱 깊숙이 박 았지요...... 마침내 그의 흉부가 벌어지며 동백꽃이 모가지째 콸콸 쏟아 집니다 피 빨린 해골들도 덜걱덜걱 흘러나옵니다 엄마 목에 매달린 아가 해골이 방그레 웃습니다 앉은뱅이 해골이 팔다남은 사과를 내밉니다 사과 는 통째 곯았습니다 그가 번쩍, 눈을 부릅뜹니다 흘러나온 것들을 단숨에, 뱃속에 도로 집어넣습니다...... 나는 날마다 그를 죽일 궁리를 합니다 비대해져 살갗이 몸에 맞지 않게 된 그는 쪼가리 살갗을 들고 매일 내 방 으로 옵니다 나는 그의 몸피에 새로 난 살갗을 재봉질하지만 (언제부턴가 나는 이 일로 생계를 꾸려가지요) 그의 몸은 가속으로 거대해져갑니다 숱 한 살갗을 어디에서 벗겨오는지 알 수 없지만 언제나 싱싱한, 피냄새가 묻어 있습니다...... 오늘 밤 나는 그를 죽일 겁니다 그는 내게 남은 마 지막 진피를 원할 테지요, 자장가를 부르며 사타구니 살갗을 벗겨내겠지 요 내일이면 그는 핑크빛 합성피부를 가져와 손수 박음질해줄 겁니다 리 드미컬한, 노동요를 부르며, 나는 보너스를 받겠지요 한아름 붉은 동백꽃 도 받을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또한번 그를 죽였습니다
나를 고소할 수 있는 법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내 혀는, 그의 입속에, 비굴하고 착하게 갇혀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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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 국어교육과 졸업.
1996년 『창작과비평』겨울호를 통해 등단.
2000년 시집『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창비시선194)
2002년 산문집『물 밑에 달이 열릴 때』(창작과비평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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