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스파이스

DeliSpice

# 슬프지만 진실...[ | ]

  ★★★☆

보통 1집만 내고 해산해 버리거나 아니면 1집의 성공에 못 미치는 범작을 내 놓고 소리 없이 사라지는 인디 밴드들이 무성한 현실에서 3집까지 낸 밴드는 그다지 많지 않다. 게다가 앨범을 낼수록 점점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갸륵한 밴드라면 말이다. 델리 스파이스의 2집은 1집의 성공에 힘입어 많은 정성을 기울인 야심찬 앨범이었지만,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 뒤 마음을 비우고 만들었다는 그들의 3집 앨범은 1집의 감성과 2집의 진보를 아우르는 변증법적 합일을 이뤄낸 듯 하다. 우선 이 앨범은 심 Seam이 참여를 해 주었는데,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심은 드러머를 제외한 세 명이 한국인으로 스매슁 펌킨스가 이들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일컬어질 정도로 미국 인디 록 씬에 확실하게 자리잡고 있는 밴드다. 올해 내한공연을 갖기도 했던 이들은 94년 방문했을 때는 한국에 인디 씬이라는 게 거의 존재하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좋은 팀들의 공연을 많이 보게 되어 기쁘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1집부터 김민규와 윤준호의 다르지만 이질적이지 않은 성향은 한 앨범 안에 조화롭게 녹아들어 있는데, 김민규가 고전적인 뮤지션의 느낌이라면 윤준호는 재주 많은 테크니션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고양이와 새에 관한 진실' 은 김민규의 멜랑콜리아가 서사적인 수준까지 뻗어나간 곡으로 많은 팬들을 녹아웃 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싱글이지만 여전히 흥미로운 건 윤준호의 행방이다. 탁월한 리듬감과 샘플링으로 넘실대는 그루브 가득한 윤준호의 곡들은 국내에서 상당히 드문 감성을 자랑한다. 델리 스파이스라는 그룹명 때문인지 먹을 것을 떠올리게 하는^^ 이들의 음악 중에서도 윤준호의 곡은 항상 필자에게 푸짐히 차려내 놓은 성찬을 연상시키는데 '이어폰 세상', '나랑 산책할래요?' 같은 곡들에서 윤준호의 감성을 유감없이 확인할 수 있다. 최재혁의 '거울'은 누군가 말했듯이, 가장 초기의 '델리 스파이스 적' 인 풋풋함을 보여준다. 윤준호 적인 것과 김민규 적인 것과의 가장 성공적인 만남처럼 보이는 '누가 울새를 죽였나?' 는 그들의 다음 앨범에 대해서도 희망적인 예측을 하게 만들어주는 곡이다. 라디오 편집 버전으로밖에 '고양이와 새에 관한 진실'을 들어 본적이 없는 사람은 꼭 7분 여에 달하는 오리지널 버전을 들어보시길 권한다. 

ps. 국내 밴드들에겐 별점에도 프리미엄이 붙는 걸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vanylla,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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