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

10년을 넘게 영어공부를 했으면서도 외국인을 보면 줄행랑을 놓기에 바쁜 한국인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취업의 문제로 토익을 억지로라도 공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자일리톨의 입장에서 영어란 정말 짜증이 나는 원수이기도 그리고 나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괴물이기도 하다. 휴우~~ 젠장. 그렇다면 바이링구얼이란 정말로 도달하기 힘든 경지인가? 그건 아닌 것 같다. 비록 같은 인도유럽어족이라고 하더라도 네덜란드나, 독일의 경우,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는게 사실이라고 한다. 최근 유럽배낭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친구녀석의 말로는 스페인과 프랑스 이탈리아같은 남쪽에 위치한 국가의 경우, 길거리를 걷다가 영어로 뭣 좀 물어보려고 하면 제대로 말이 통하지 않아 고생이 참 심했다고도 하는데, 이와는 반대로 베네룩스3국이라든지 독일, 스위스의 경우에는 영어로 아무리 씨부렁거린다고 해도 의사소통에는 별 지장이 없었다는 것이다. 우째 이런 일이...

난 평소 영어나 외국어에 대해서 그리 큰 관심을 갖질 않았었다. 그러나 언어란 그 민족공동체의 문화를 이해하는 창(window)다. 그리고 민족이란 걸 구분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바로 언어다. 이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민족공동체에 대해서 아무리 우호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 좆선일보의 김대중이라는 작자가 유수한 외국의 언론기사를 짜집기해서 국민을 우롱하는 것도 한국인들의 영어의 취약성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면서부터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 외국어 구사능력이라는 것이 갖는 큰 장점에 대해서(IMF이후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의 물결에 자의든 타의든 휩쓸려가기 시작하면서) 실감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거.. 이래서는 안 되겠군." 이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떠돌기 시작했다.

이런 나의 생각에 불을 붙인 책은 정찬용씨의 영어공부절대로하지마라였다. 그의 책은 정말 영어공부의 혁명을 불러왔고, 일반인들에게도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나도 군대에서 사무실에 굴러다니던 것을 우연히 주워들고는 읽기 시작했는데 저녁도 먹지 않고 고개를 연신 끄덕이면서 읽었었다. 정찬용씨의 주장을 크게 몇가지로 정리해보면,

  1. 영어는 공부가 아니라 생활이다.
  2. 문자위주의 교육보다는 소리위주의 교육이 먼저다.
  3. 영어를 할 때에는 생각조차도 영어로 해야 한다.

는 것이다. 모두 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정찬용식 영어학습법 step1-5는 혼자서 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게 사실이고, 특히나 기존의 영어학습방법에 익숙한 사람들이 그들의 관성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이 현실인만큼, 현재 도전한 사람들 중 2%의 사람들만이 성공하여 준 native수준의 영어구사능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정찬용씨의 경우 정찬용씨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출판사인 사회평론에서 "정찬용씨의 방법대로 하면 무조건 됩니다." 내지는 "6개월만에 모국어같이 영어가 되는 혁명"이라는 자극적인 문구로 독자에게 과도한 희망을 심어준 점도 문제라면 문제일 수 있었다.

정찬용씨 다음으로 영어학습에 대한 돌풍을 몰고 온 사람은 이정훈씨였다. 전형적인(?) 386세대라는 이정훈씨는 1985년 미문화원점거농성사건으로 옥고를 치루다가 출옥, 호주와 영국 등지에서 아시아 지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이후 영어공부 제대로 하자는 책을 썼고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진다(?)면서 소리클럽을 만들어서 영어학습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하지만 좀 비싸다. 2달 25만원^^) 이정훈씨의 말도 정찬용씨와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정찬용식의 '무조건 된다'든지 영어를 공부하는 이유에 상관없이 동일한 방식을 강요하지 말고 여러가지 방법, 예를 들자면, 프리젠테이션, 생활영어의 반복학습, 인터뷰, 토론, 작문연습 등등의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서 학습자의 목적에 알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기존의 학습법 자체가 완전히 틀리지는 않다는 정도만 틀릴 뿐이다.

영어는 수학과 과학처럼 머리를 싸매고 의자에 오래 붙어 있는다고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먼저 귀로 많이 듣고, 입을 움직임으로써 암기보다는 체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보통 한국학생들이 외국 대학원 과정으로 유학을 떠나서 겪는 많은 문제가 언어에서 파생된다고 하는데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뜻을 한국어로 생각을 해서 그것을 다시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자연히 시간이 오래걸리게되고, 영작을 다 해서 말을 하려고 하면 어느새 다른 주제로 대화는 옮겨가 있고, 뒷북을 치던가 아무말도 하지 않던가 둘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요즘 월드컵 기간동안 외국인의 반응을 보라. 대표적인 사례가 어느 독일 할머니의 말이다. "한국사람들은 대단히 소극적이고 조용한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한국이 아시아의 이탈리아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웃기지 않는가? 외국에 나가는 한국 사람들은 다 내성적이고 과묵한 사람들만 나가나? ^^ 우리 과 교수는 미국 유학시절 버스에서 내리려고 했는데,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머릿속으로 영작을 하기는 했는데, "I would like to get off the next station"이라고 장시간에 걸쳐 영작을 한 후 미국인 운전수에게 얘기를 했단다. 그런데, 미국 운전수가 말을 못 알아 들었다나? 그래서 단념을 하고 내리는 사람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는데, 다음에 내리려던 아줌마가 하는 단 한 마디 "next stop"이라는 말에 황당했단다. 언어는 어차피 하나의 약속이다. 이 상황에서 이런 말을 쓰고, 저런 상황에선 저런 말을 쓰기로 한 약속이란 말이다. 그런데, 한국어로 말을 만든 후 그걸 초판이 나온지 30-40년은 지났을 법한 영한사전에서 찾아외운 단어를 가지고 번역을 했다고 해서 그게 영어는 아니다. 그건 영어라고 하더라도 한국식 영어일 뿐이고, 어차피 외국인이 듣기에는 언어공해라는 느낌이 들 것이다.

이런 상황을 끝내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의 수단으로서의 지극히 실용적인 외국어교육이 필요하다. 그럴려면 100% 영어만을 사용하여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native 아니면 준-native 선생님들이 필요하다. 그들에게만 있고 우리에게는 없는 음운을 자연스럽게 낼 수 있도록 철저하게 연습시키고, 간단한 의사소통은 영어로 생각하고 자신의 입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시킬 수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일단 이런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영어를 학문이 아니라 언어로서 가르치고 그 후부터는 그 사람들이 다시 학생들을 가르치면 될 것이다. 지금 뉴질랜드, 호주, 미국, 캐나다 등으로 조기유학을 떠났던 사람들을 조금 높은 가격으로 데려와서 투자해야 한다. 언제까지 부정사, 동명사, 명사 같은 문법을 외우면서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기를 바랄 건가? 친구가 배낭여행을 가서 터키에서 만났던 한 네덜란드 청년은 영어, 네덜란드어, 독일어, 프랑스어에 터키어까지 구사하는 젊은이였단다.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어디서 그 많은 걸 배웠느냐고 묻는 내 친구를 오히려 그 네덜란드인은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당연히 학교에서 배웠지"라고 했다는 말은 네덜란드의 실용적인 외국어교육제도에 부러움을 느끼게 했다. 히딩크가 괜히 네덜란드어에 영어, 스페인어까지 구사하는 게 아니다!!!


자일리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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