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낙서 - 피에르 드 페르마

1 개요[ | ]

오늘의 낙서 - 피에르 드 페르마.
  • 저자: Jjw
  • 2017-12-14

요즘 읽었던 책 또 읽고 읽었던 책 또 읽고 읽었던 책 또 읽고를 하는 중인데, 영림카디널이 낸 페르마의 마지막정리를 또 읽었다. 이 책을 맨 처음 샀던 90년대 중반 무렵엔 이게 출판사를 먹여 살릴 줄은 꿈에도 몰랐지.

n이 3 이상인 정수 일 때 [math]\displaystyle{ X^n + Y^n = Z^n }[/math]를 만족하는 정수 X, Y, Z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게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고 불리는 데는 사연이 좀 있다. 페르마는 툴루즈의 판사였는데, 그가 살던 시기 근세 프랑스는 내전과 국제전이 그칠 새 없는 북새통이었다. 페르마는 매우 똑똑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난세가 영웅을 내기는 개뿔 지방공무원은 까딱하면 밤새 안녕하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너무나 잘 알았다. 그래서 그는 퇴근 후엔 괜히 다른 곳에서 어슬렁 거리지 않고 곧장 집에 가서 읽었던 책이나 또 읽으며 지냈다. 그렇게 해서 수학책을 즐겨 읽었다고 한다.

당시 출판 되는 책은 요즘으로 치면 어지간한 자동차 값이었기 때문에 초호화 양장 장식 만땅 두툼 하드 커버의 위용을 자랑하는 것은 기본이고 뽀대를 위해서 엄청나게 여백이 컸다. 페르마가 즐겨 읽은 수학책인 디오판토스의 산술 역시 여백이 빵빵했다. 페르마는 책을 읽다가 간간히 여백에 알듯 모를듯한 수학 정리를 메모해 놓았다.

페르마는 천수까지는 아니어도 당시 기준으론 평균 수명을 넘겨 공무원 생활 잘 하다가 사망하였다. 사망은 좀 급작스러웠는데 1월 25일 재판 하나를 마치고 1월 27일 갑자기 사망하였다. 그의 초상화를 보면 알 것 같기도 하다. 나이들어 고도비만이면 겨울철 급작스런 뇌졸증 같은 거 아니었을까?

어쨌거나 페르마는 갑작스레 죽었고, 그의 아들은 페르마의 유품을 정리하다 한 구석 귀찮은듯 수북히 쌓인 각지에서 날아온 편지들과 함께 이 책을 발견하였다. 아들은 아버지의 메모를 깔끔하게 정리해서 "페르마의 주석이 달린" 디오판토스의 산술을 출간하였다. 아들이 수학을 했다는 소리는 없으므로 책을 낼 때 자기가 지금 무슨 헬게이트를 열었는 지는 몰랐을 것이다.

책이 출간되자 수학자들 사이에선 헬게이트가 열렸다. 자신이 평생 끙끙거리던 문제가 그냥 귀찮은 듯 휙 하고 풀려있는가 하면, 증명도 귀찮아서 답만 툭 적어 놓은 문제는 도대체 어떻게 풀었는 지 아무리 고민해도 알 수가 없는 상황. 페르마는 전문 수학자가 아닌 아마추어였다. 그런데 명색이 수학 교수인 사람들이 이걸 못푼다니... 자존심에 크리티컬 데미지를 먹을 수 밖에.

페르마가 끄적인 메모들은 수학자들에 의해 검토되었는데, 정말 심각하게도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다시 한 번 크리티컬 데미지... 그렇게 해서 단 하나 도대체 답을 알 수 없는 문제가 남았는데, 그게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다. 경이로운 방법으로 증명했는데 여백이 작은 관계로 귀찮아서 패쓰라니. 인성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던 코시와 같은 수학자들은 이 문제 얘기가 나오면 딴청을 피웠다고 하는 카더라가 전해져 온다.

어쨌든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3백년이 지나서 영국출신인 엔드루 와일즈에 의해 "맞다"라고 증명되었다. 그리하여 페르마가 메모한 것은 모두 옳다는 게 입증되었다(무서워). 그런데, 와일즈의 증명은 페르마 시절엔 있지도 않던 현대 수학이 무더기로 들어간 것이다. 아마도 페르마가 처음에 생각한 건 잘못된 것이었을 수도 있다.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여 공짜로 한 점 먹고 들어간 걸 수도.

오늘의 낙서 - 피에르 드 페르마.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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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참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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