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잡생각 - 파퓰리즘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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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잡생각 - 파퓰리즘 선언

오늘의 잡생각 - 파퓰리즘 선언

하나의 유령이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 파퓰리즘이라는 유령이. 온 세계의 정부, 언론과 학계가 이 유령을 사냥하느라 신성 동맹을 맺었다. 어느 집권당치고 상대당으로부터 파퓰리즘이라고 비난을 받지 않는 경우가 있는가? 또 그 상대당 또한 그 보다 더 작은 당으로부터 파퓰리즘이라고 비난을 받지 않는 경우가 있는가?

이 사실로부터 이러한 결론이 나온다. 파퓰리즘은 이미 세계의 모든 정치 세력으로부터 하나의 정치적 실체로서 인정받고 있다. 이제 온 세계의 파퓰리즘 세력이 유령의 오명을 벗고 자신의 경향을 공개적으로 표방함으로써 당 자체를 선언해야 한다.... 응?

프랑스의 "노란 조끼"가 주목 받고 있다. 이들은 유류세라는 사소한(?) 이슈로 거리를 매워 대통령의 항복을 받아냈다. 온갖 정치 세력과 언론, 학계가 스토리를 쓰고 모든 대목마다 주석과 각주, 미주를 채워 자신들의 프레임으로 이 현상을 해석하려 한다. 아니 실은 노란 조끼를 소재삼아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해석과 주장은 다를 지라도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바 마크롱과 노란 조끼는 모두 파퓰리즘이라는 배에 올라타 있다는 것이다. 진짜?

68년 분노한 젊은이들이 거리를 매웠다. 전통적인 좌우 정치세력 모두 이 성난 물결에 당혹감을 느꼈는데, 도무지 이들이 왜 거리로 뛰쳐나왔는 지 그 이유를 몰랐기 때문이다. 아니다. 질문이 잘못되었다. 전통적인 좌우 정치세력은 모두 자신들의 틀로 "하나의 주된 이유"를 찾으려고 하였고 그래서 해석에 실패하였다.

노란 조끼의 물결을 보며 "쁘티 브르조아"를 떠올리든, "반세계화"를 떠올리든 그것은 사실 해석하는 자의 프레임일 뿐이다. 극우에서 극좌까지 모두가 분노하고 있다는 것 말고 다른 공통점이 없다면, 그들은 오로지 당장에 무언가를 해결보려고 한다는 것 말고 정말로 공통점이 없는 것이다. 그 공통 목표가 "정책 철회"라면 딱 거기까지만 동맹이 유효할 뿐이다.

그러니 문제는 행동이 아니라 해석이며, 그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프레임이 가장 큰 문제이다. 우리의 경우를 보자 절대 다수가 분노하여 당장의 해결을 바란 공동 목표는 "탄핵" 까지였고 딱 거기까지만 동맹이 유효하였다. 그 이후의 정치에서 촛불의 의미는 각자의 프레임에 따라 해석되었고, 그 해석에 따라 촛불 참여자는 선별되고 그들의 요구는 선택되었다. 지금의 정부는 처벌이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매우 신속했지만, 사회의 변화라는 요구에 대해선 선별적이었고, 여러 소수자 또는 국외자의 존재 인정이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아예 문을 닫았다.

선별적 해석이 전체의 사건을 아우르지 못할 때 가장 편한 방법은 그 외의 사항을 모두 모아 "파퓰리즘"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는 "파퓰리즘"의 선두 주자가 되어야 한다. 트럼프는 왜 승리했는가? 정말 미국 레드 넥들이 워낙에 바보라서? 차베스의 경우는? 룰라의 경우는 어떤가? 이제 해석을 거꾸로 세워야 할 때이다. 존재가 본질에 우선하니까. 당신이 본 본질이 존재를 아우르지 못한다면 해석을 버려마땅하다.

파퓰러, 그러니까 "팝"은 무엇이든 모호하고 애매하며 하나의 틀로 포획되지 않는다. "팝아트", "팝송"에서 "팝 컬쳐", "파퓰러 미디어"... 2018년 프레디 머큐리는 사후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왜 그에게 그토록 열광하는 지를 딱히 하나의 이유로 설명할 수는 없다. 정말 문제는 프레임이고 시선이다. 방탄소년단의 인기 상승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 언론에게 중요한 건 딱하나 "두유 노우 강남스타일?"에 이을 "두유 노우 비티에스?"가 생긴 것 뿐이다.

이미 사회는 아무리 노력해도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수 많은 서브 소사이어티로 분해되어 있다. 이들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이즘"은 "귀차니즘"과 "먹고사니즘" 정도이며 나머지는 사안에 따라 동의하고 행동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현상을 관통하는 무언가를 찾으려 말고, 이들이 동의하는 지점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지를 살펴야 한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이유로 연대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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