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니와알렉산더

   

  • 감독 : Ingmar Bergman
  • 원제 : Fanny och Alexander(1982, 스웨덴)

1 # 거북이[ | ]

Fanny och Alexander 관련자료:없음 [14548] 보낸이:정철 (zepelin ) 1996-12-06 23:47 조회:103

너무나 유명해서 안보면 안될것 같은...그리고 어차피 비디오 2개짜리로 나올테니 극장가서 보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그래서 결국 안볼수 없 었던 영화를 보았다.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영화중 그나마 쉽고 재미있다는 이 영화는 생각보다 쉽지도 않고 생각보다 재미있지도 않다. 물론 여기에는 나의 잘못된 기대가 포함되어있다. 잔잔하고 군데군데 재미있는 가족드라마를 기대하고 보았던 것이다(바보같이!).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중에 영화에 대한 해설을 읽어보면서 내용을 정 리해보면 훌륭한 영화라는 느낌이 든다.

영화의 시점이 철저하게 알렉산더 위주라는 것을 꼭 염두에 두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가 어떻게 꿈의 세계에서 현실의 세계로 성장해가는(오염되 가는?)가를 봐야된다. 그렇지 않으면 알렉산더의 계속되는 환상 - 종종 그 것은 현실과 교차되고 현실화한다. - 과 두명의 아버지에게서 받는 정신적 인 억압을 파악하기 힘들다.

낙원-현실-환상-낙원 이렇게 바뀌는 공간과 그 공간을 통과하며 알렌산더 가 겪는 정신적 변화를 보는게 이 영화를 보는데 핵심이 아닌가 한다.

물론 이 영화가 보여주는 19세기적 낭만성을 간과하고 넘어가자는 말은 아 니다. 무려 90분간 지속되는 처음의 낙원(행복한 대가족)부분은 그런 19세 기적 낭만성을 보면서 즐겨야한다. 영화는 사회과학 서적이 아닌만큼...

역시 영화는 아는만큼 본다는 말이 맞다. 영화를 보면서 공감을 하고 동화 되어야 제대로 그 영화를 이해할 수 있는데 나는 애석하게도 이 영화에서 그것에 실패했다.

결국 나중에 2개짜리 비디오로 다시 봐야할까보다.

2 # LongWarm[ | ]

[화니와~]기쁨으로 충만한 영화성찬
관련자료:없음 [14442] 1996-11-25 03:27 조회:301

아침 8시에 코난을 녹화하기 위해서 일어났다. 신문을 보니 화니~에 대한 광고가 있었다. 아침에 제작다큐를 한다고 했다. 아직 학교에 매어있는 몸이라 평일엔 볼 수 없었고, 오늘 가야했다. 이걸 보고싶다던 친구에게 전화를 하고 오도바이를 타고 역으로 달려갔다.

극장에 도착해보니 시작하고 몇분이 지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고 기쁜 마음으로 포스터(!)를 받아들고 자리에 앉았다. 베개로 머리를 패는(?)장면을 연출중이 었다. 배우들은 즐거워 보였고, 베르히만도 시종일관 웃으며 연기지도를 하였다. 영어자막이어서 좀 섭섭했지만 다큐는 그런대로 재미가 있었고 감독의 꼼꼼한 연출스타일과 촬영현장의 가족스런 분위기가 나를 편하게 했다.

친구는 잠이 들었고 나는 고양이를 보고 웃어댔다. 긴 다큐를 보고나니 엉덩이가 아팠다. 하지만 영화정신으로 3시간을 더 버텨야 했다. EBS녹화때문에 전화를 하러 밖에 나가보니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제자리에 앉으니까 사람이 자꾸 꾸역꾸역 들어와서 맨 앞자리에 앉았던 나는 초조해졌다. 그러나 맨앞 두자리가 끝까지남아서 다행이었다.

영화가 시작되었다. 화면도 깨끗하고 음질도 좋았다. 성장영화 같았다. 베르히만 영화치곤 그리 어렵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리 간단하지도 않았다. 커다란 이야기틀 속에 감독이 영화인생을 정리하는 듯이 자신의 탐구주제였던 신과 죽응의 문제를 비추고 있었다. 또한 인생에 대한 감독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영상은 너무나 따뜻했다. 아름다운 장면들이 게속되었고 간간히 등장하는 환상장면들도 좋았다. 음악은 거의 없었지만 가끔나오는 클래식 선율들은 아름다웠다.

북유럽은 춥다. 사람들은 삶과 힘겹게 싸우지만, 일단 그 인생이란 집을 짓고나면 추위를 사람들 사이의 정으로 녹이려는 듯이 살아간다. 이러한 따뜻함이 오렌만에 내 마음을 녹여주었다. 지난 겨울 약간은 슬프지만 내 가슴을 적셔주었던 언더그라운드의 그 느낌이었다. 이 영화와 언더그라운드는 유사점이 많은 것 같다. 식사장면이 자주 나오는 것도 그렇고 그 발랄한 분위기가 그렇다. 또한 두 영화모두 관객들을 위해 두 거장들이 마련한 성찬이란 점에서도 같다.

영화는 알렉산더 가족이 목사집으로 가면서 잠시 슬퍼지지만 친절한 감독은 다행히 알렉의 가족을 구출해준다. 정말 고마웠다.

알렉의 어머니가 에밀리인데 그 배우가 왠지 눈에 익고 사랑스러웠다. 잘 생각해보니 양철북에서 어머니역을 맡아 싸이코틱한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였다. 반가웠다. 그 배우는 아름다운 얼굴속에 뭔지모를 슬픔을 항상 담고 있다. 그래서 더 매력적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출연작도 보고 싶은데 우리나라에 있을지 모를일이다.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던 영화가 갑자기 끝나버리고 빨간 배경위에 자막이 올라갔다. 난 박수를 쳤는데 다른관객들은 갑자기 끝나서 그랬는지 아니면 할리우드적인 클라이막스가 없어서 그랬는지 다들 나가버렸다. 자막까지 보는이가 별로 없어서 씁쓸했다.

하여간 영화는 정말 좋았다. 특히 감독의 놀라운 연출력과 배우들의 자연스런 연기,감독의 달관한 듯한 인생관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얼마전에 율리시스의 시선을 보았는데 그때의 실망감까지 가시게 해주었다.

영화관을 나와보니 사람이 참 많았고 2회는 매진이었다. 기분이 좋았다. 베르히만 회고전도 꼭 볼생각이다. 집에와서 팜플렛을 보니 5시간짜리 TV판이 있다고 한다. 꼭 구하고 싶지만 막막하다. 내년쯤에 TV에서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혹시 구할 수 있는 분은 연락해 주세요^^


지금이 2004년이니 벌써 8년 전에 쓴 글이다. 고3 방학 직전이었나 보다. 다시 읽어보니 참으로 새롭다.
이 영화가 성장영화이니 이런 후일담을 적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듯 싶다.
그때는 참으로 영화에 대한 열정이 컷던 것 같다. 그땐 영화를 봐 나갈 때마다 무언가를 모으고 그 수집품 덕분에 내가 점점 달라지는 것 같았다. 어찌보면 참 희망적인 시기였던듯...
지금은 그런 열정은 없다. 다만 그때의 일들이 할만 했었다는 생각은 들고 덕분에 영화를 똑바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린 것에 감사하게 된다.
예전에 영화가 독립된 그 무엇으로서 독특하게 존재했다면, 지금은 단지 풍부한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서 느낄뿐이다.
다만 그때나 지금이나 감독의 진실한 영혼과 아름다운 여배우들은 사랑스럽기만 하다.

영화속의 꼬마는 새아버지의 폭압에서 구출되고, 그 압력의 반대급부로 표출된 상상의 세계는 감독의 영화가 되었다. 그리고, 감독은 미소짓고 있다.
나도 가정과 사회의 많은 압박에서 어느 정도 헤어나온 것 같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흘러들어간 음악과 영화 그리고 문화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지금은 철학과 종교가 나를 밀어주고 있지만, 아직은 감독처럼 자신을 표현하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또 미소짓지도 못하고 있고... 다만 감독도 많은 시간이 후른 후 노년이 되어 이 영화를 만들었으므로, 나도 아직 무효는 아닌 것 같다.
감독처럼 멋진 탐색을 하고 돌아와 자신과 세계를 향해 미소지을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 LongWarm 2004-6-25 10:09 pm

3 # 촌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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