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tones

# Science & Nature[ | ]

  (Universal, 2000) ★★★☆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 브릿팝 밴드의 리뷰를 쓰는 것은 약간 곤란한 일이 되고 말았다. 라디오헤드처럼 환골탈태라도 하지 않는 한, 전혀 새롭지 않은 음악에 매번 다른 리뷰를 쓴다는 것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닐 뿐더러, ?이들의 다음 앨범을 기대해 본다? 는 식으로 어물어물 끝맺음을 하는 것도 미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련의 브릿팝 밴드들의 영감이 바닥나고 있는 것과 때를 같이하여 안타깝게 필자의 묘사력도 바닥이 보이는 듯 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 밴드가 몸담고 있는 씬이 빈사상태에 처했다 하더라도, 좋은 음악은 어디까지나 좋은 음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밴드 결성 6년째에 3집까지 낸 밴드지만 언제나 신인 같은 느낌의 블루톤스는. 오랜만에 초기 브릿팝의 매력적인 신선함을 느끼게 해주는 음반을 들고 왔다. 1994년 마크 모리스 Mark Morris와 스코트 Scott 형제가 주축이 되어 결성된 블루톤즈는 1995년 [Are You Blue or Are You Blind?] 와 [Bluetonic] 두 싱글을 자주 레이블인 Superior Quality Recordings에서 발표하면서 스톤 로지스 The Stone Roses 와 오아시스 Oasis 를 잇는 넥스트 빅 씽으로 영국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밴드 이름까지도 스톤 로지스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 졌다고 전해질 정도로 이들이 스톤 로지스에게서 받은 영향은 지대해 보인다. 오아시스, 블러, 라디오헤드 등의 빅 밴드들이 점유하고 있는 틈새를 잘 공략하고 있는 듯 보이는 블루톤즈의 자국 내 팬 층은 의외로 두터운데, 이미 정식 앨범을 내기도 전부터 ?푸른 정맥 Blue Vein' 이라는 다이하드 팬들의 팬진이 만들어 졌을 정도다. 이들은 새로운 씬을 창조하거나 음악의 지평을 넓힐만한 그릇은 못 되지만, 아름답고 세심한 앨범 아트워크 (이들의 팬 사이트가 그동안 발매된 싱글 재킷들을 모아 놓은 것만 봐도 마치 어느 갤러리에 들어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와 아기자기한 음악은 사람들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들이 자국에서 꾸준한 지지를 얻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블루톤즈가 매우 ?영국적? 인 밴드이기 때문이다. 최근 20년간 이질적인 문화들이 유입되면서 영국적 정신, 즉 ?Englishness? 라 불릴 수 있는 것들이 희석되어 안타깝다는 反-세계화 입장의 발언을 하거나, 글래스톤베리 공연에서 위아래 줄무늬 양복으로 쪽 빼 입고 나오는 팀의 리더 마크 모리스는 천상 뼛속까지 영국인인 것처럼 보인다.

이들의 세 번째 앨범 [Science & Nature]는 키보디스트 리처드 페인 Richard Payne을 보강함으로써 보다 풍부해진 사운드가 돋보인다. 복고와 미래가 섞여 있는 브릿팝의 성격과 일견 어울리는 이 제목에서 ?싸이언스?는 일렉트로닉을 사용하여 보다 환각적이고 강렬해진 사운드를, ?네이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기들이 보다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 'Zorrro'와 ?Mudslide'가 ?싸이언스? 라면 ?The Last of the Great Navigators', 'Tiger Lily', 'Slack Jaw' 등은 ?네이춰? 라고 부를 수 있을까. 맨 끝에는 2집의 대표곡 ?If' 가 보너스로 실려 있다.

뭐, 여태까지 필자가 한 말도 모두 고육지책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vanylla,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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