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 하이바스

(Jaivas에서 넘어옴)

1 # Alturas De Macchu Picchu[ | ]

[libero, 김성우, mailto:swkim@cclab.kaist.ac.kr]

[AR] Los Jaivas - Alturas De Macchu Picchu (1981) Alturas de Macchu Picchu (The Heights of Macchu Picchu, '81) ***

Lyrics by Pablo Neruda and Music by Los Jaivas

중남미의 많은 나라 중에서도 칠레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오랜 군부독재를 거쳐온 나라인데, 유럽계 백인과 원주민과의 혼혈이 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아르헨티나와 더불어 서양적인 전통이 많이 남아 있는 --하지만, 아르헨티나 와는 다르게 인디오들의 민속 전통과도 상당히 접목시킨-- 대중 뮤지션들을 배출시켜 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Los Jaivas는 60년대에 결성되어 지금까지 활동하는 중진 밴드인데, Quilapayun, Inti-Illimani, Violeta Parra 등과 더불어 자국에서 정치적으로 추방되어 오랜 기간 동안 유럽에서 활동한 적도 있습니다.

여기서, 소개할 작품은 Los Jaivas의 대표작 중의 하나로 알려진 _Alturas de Macchu Picchu_ (1981, 마추피추 산정, The Heights of Macchu Picchu) 입니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영화 "Il Postino"[주 1] 로 알려진 칠레의 대표적인 시인 Pablo Neruda의 동명의 시에 곡을 붙인 컨셉트 앨범입니다.
잠시 Pablo Neruda(1904년생)에 대해서 알아보면, 19세기 체코 작가 Jan Neruda의 이름을 딴 그는 젊은 시절 상징주의 시들을 발표하여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고, 아시아(버어마,인도)에 잠시 머문 적도 했습니다.
30살에 스페인으로 가서 스페인 내란을 겪으면서 그의 친구들이 암살되기도 하는 등,[주 2] 그는 죽음과 파괴의 현장을 직접 접하면서 후일 사랑과 죽음이라는 코스모폴리탄적인 주제에 관한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시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주 3] 1943년 그는 고국 칠레로 돌아오게 되는데, 이 해에, 20세기에 이르러서야 발견된 안데스 산맥의 마추피추 산 꼭대기의 페허에 다녀오면서 쓴 12편의 시가 바로 _The Heights of Macchu Picchu_ 입니다. 이 때의 경험을 토대로, 후에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가 된 _Canto General_(1950)[주 4] 이 발표되고 이 시도 거기에 실리게 됩니다.
이 시집은 라틴 아메리카 역사, 칠레의 역사 등을 담고 있는 서사시적인 성격이 짙습니다.[주 5] 이 시집 이후에도 현실적이고 자연주의적인 몇몇 시집을 포함한 작품들을 발표하던 그는 1971년 노벨문학상 수상 후, 피노체트의 군부 쿠테타에 의해 사회주의 정권이 실각하고 Victor Jara가 처형된 해인 1973년에 암으로 사망합니다.

장황한 음악외적인 설명은 이정도로 해두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이 앨범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Neruda의 시 _마추피추 산정_을 가사로 하여, 모두 7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앨범 자켓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기괴한 가면을 쓴 거인이 돌무더기/산에 앉아서 투명한 구체를 왼손에 들고 있고, 오른편에는 분화구가 있는 달처럼 생긴 혹성에 도마뱀이 엎드려 있는 그림인데, 아마도, 여기서 이 거인은 잉카의 창조신인 비라코차(Viracocha) 를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주 6] 자켓의 안쪽은 태양을 정면으로 한 돌로 만들어진 제단을 그린 그림과 마추피추에 오른 그룹 멤버들이 포즈를 취한 사진들을 담고 있습니다. 악기 편성은 고/저 음역의 두 대의 피아노와 보컬, 기타, 관악기들이 번갈아가며 쓰이고 있습니다. 또한, 앨범 전체적 으로 복잡한 대위적인 기법보다는 건반 중심의 상승과 하강이 반복되는 1-2마디의 리프를 배경으로 기타, 관악 또는 보컬 솔로가 주된 멜로디를 변주하면서 좁은 음역에서 들쑥날쑥한 하지만, 여전히 5음계적인 민속적인 전개와 같은 비교적 단순한 형태를 보여줍니다. 또한, 이 앨범은 뛰어난 기교를 바탕으로 어쿠스틱한 사운드 기반의 민속 음악을 연주했던 Inti-Illimani, 민중가요적인 성격이 짙은 감정에 호소하는 곡들을 플륫과 보컬 합창이 주도하는 사운드를 선보였던 Quilapayun과도 다를 뿐더러, 초창기의 안데스의 토속적인 리듬을 행진곡풍의 락 음악에 접목시킨 "노래" 중심의 단순한 Los Jaivas 특유의 사운드에서도 조금 벗어나서, 좀 더 프로그레시브적이고 약간은 슬픈 듯한 느낌을 주는 연주를 들려주고 있기도 합니다. 이것은 주요 수록곡들이 3박자 중심의 단음계의 조성 체계를 가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런 작곡 및 연주 방식은 후에 _Obras de Violeta Parra_와 같은 앨범에서 더욱 뚜렷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 앨범의 또다른 구성의 묘미는 전곡이 시의 전개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첫곡은 시의 첫번째 편을, 기타 곡들은 그 뒤에 나오는 시편들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본 앨범이 어떤 메시지나 의도에 관계된 컨셉트 앨범인 이상, 작곡 과정 자체도 그 주제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고, 작품의 컨셉트를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되면 그 작품을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저귀는 새소리로 시작하는 첫곡 "Del Aire Al Aire(허공에서 허공으로, >From Air To Air, 앞으로 나올 영어 번역은 Jack Schmitt를 그대로 따르고 한글은 제 임의로 번역한 겁니다)"는 2분 안팎의 짧은 연주곡인데, 왜곡된 신서사이저 소리를 배경으로 에코(딜레이?)가 걸린 팬플륫(오카리나?) 연주는 안데스 산맥 높은 폐허의 메아리를 동반한 적막한 분위기를 묘사하는 듯합니다.

쟈켓 내부 사진의 긴 목을 지닌 호른 같은 악기 연주로 시작되는 것으로 보여지는 두번째 곡 "La Poderosa Muerte"(The Mighty Death)은 11분여의 긴 곡인데, 죽음을 묘사하는 시의 두번째 편부터 일곱번째 편까지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3/4박자의 E 단조를 갖는 이 곡은 몇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번째 부분(3분쯤까지)은 두번째 시편에 해당하는 부분이며, 호른 독주와 곧이어 2마디의 피아노 아르페지오를 배경으로 플륫과 호른이 대화하는 듯한 전개, 이후 보컬이 두번째 시편의 마지막 3행을 읽고, 한음한음 짚어나가는 피아노 연주를 중심으로 둔탁한 드럼이 가세하여 점점 더 강렬한 연주를 들려줍니다. 보컬이 세번째 시편의 마지막 3행을 부르고 난 후, 이제 더욱 빨라진 리듬과 기타 연주 부분이 나옵니다. 이후, 4박자 중심의 더욱 낮은 음역에서 무겁게 시작하는 피아노 아르페지오를 배경으로 한 부분은 이제 6번째 편에 해당합니다.
서너번 반복되는 짧은 피아노 아르페지오만의 연주는 이제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하는 듯하며, 곧이어, 다시 변화된 리듬(전반부:3/4박자, 후반부:4/4박자)을 가지는 7편에 해당하는 마지막 연을 보컬이 들려줍니다.

세번째 곡 "Amor Americano"(American Love)에 해당하는 8번째 편은 시인이 이제 그가 남아메리카의 자연과 이에 대한 사랑을 관조하는 곳으로 되돌아옴을 나타내는 데, 그에 걸맞게 Los Jaivas 특유의 C단조 4박자의 경쾌한 민속적인 연주와 유쾌한 보컬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네번째 곡 "Aquila Sideral"(Sidereal Eagle)은 3박자계의 곡인데, 제목은 바로 이 그룹의 상징을 나타내는(독수리 별자리?)를 뜻하는 것 같고, 거기에 걸맞게 이 시편은 상징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다섯번째 곡 "Antigua America"(Ancient America)은 10번째 시편에 해당하는 부분이며 3박자와 4박자가 골고루 쓰이기도 합니다.

"Sube A Nacer Conmigo Hermano"(Rise up to be born with me, my brother) 는 12번째 마지막 시편에 해당하는 데, 끝 4행은 다음에 나올 마지막 곡에 나옵니다.

마지막 곡 "final" 은 처음처럼 짧은 곡인데, 마치 파도처럼 강약이 조절된 피아노 반주를 배경으로, 다음의 마지막 행을 부릅니다.

Give me silence, water, hope. 나에게 침묵과 물과 희망을 주시오.
Give me struggle, iron, volcanoes. 나에게 투쟁과 쇠와 화산을 주시오.
Cling to my body like magnets. 자석처럼 내 몸에 붙어.
Hasten to my veins and to my mouth. 내 혈관과 입으로 서둘러 와서.
Speak through my words and my blood. 내 말과 피를 통해 이야기하도록.

다소 장황한듯 하지만, 허접하게(^^;) 곡들을 설명했는데, 전체 앨범의 개인적인 느낌은 알려진 대로 독특한 음색과 비교적 잘 짜여진 연주를 들려주기는 하지만, 너무 비슷한 곡들간의 느낌, 인상적인 선율 또는 감동적인 화성적 전개의 부재가 단점입니다. Quilapayun의 앨범을 좋아하시면 들어보셔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네요. 또한, 이 그룹의 음악이 Neruda의 원문을 얼마나 잘 나타내고 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리뷰를 쓰면서 다시금 한계를 느낍니다.
끝으로, 역시 Neruda의 시를 바탕으로 한 그리스 민족 음악가 Mikis Theodorakis의 근작 _Canto General_(쌍방울님이 팔려고 내놓으셨죠?..^^;) 을 접해봤으면 하면서 이 글을 접습니다.

주석

1. 이 영화는 잘 아시겠지만 우리에게 New Trolls-Concerto Grosso, RDM-Comtaminazione, Osanna-Milano Calibro 9의 프로듀서로 알려진 Luis Bacalov 가 음악을 담당했으며, 오스카상 외국영화음악 부문 수상작이었죠?

2. 스페인 내전에서 암살당한 대표적인 인물이 시인 로르까 Lorca죠.
Andy Garcia가 출연한 "Death in Granada(?)"라는 영화에서 이를 다루고 있습니다.

3. Pablo Neruda의 시는 러시아 문학비평가 Mikhail Bakhtin의 저서인 "Rabelais And His World"(영어번역본)에서 괴기적 사실주의(grotesque realism)의 예로 언급된 바 있습니다.
사실, 대화주의, 상호텍스트성, 다성주의 소설, 크로노토프 등 수많은 Bakhtin의 이론은 유럽적인 관점에서 제 3 세계에 비교적 잘 적용되기도 한다는데, 다성주의라든지 괴기적 사실주의 같은 경우, Bakhtin이 지금까지 살아 있다면, 같은 남아메리카 작가이며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Gabriel Garcia Marquez의 대표작 '백년 동안의 고독'을 언급했을지도 모르죠.

4. 이 시집의 제목은 총가요집 또는 온갖 노래, The Songs of All 또는 General Chant 등으로 번역가능하다고 합니다.

5. 그런데, 시완에서 발매된 Quilapayun의 _La Revolution Et Les Etoiles_ 에 수록된 Neruda가 쓴 볼리바르 Bolivar 장군(19세기 초 San Martin과 함께 스페인에 대항하여 중남미의 대규모 독립전쟁을 펼친 대표적 인물)을 위한 시 _Un Canto Para Bolivar_(A Song for Bolivar?)는 이 시집에 없더군요. San Martin에 관한 시는 있지만서도.

6. 비라코차, 마추피추, 나즈카 등에 대한 고고학적이고 신비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Graham Hencock 저서의 "신의 지문" 상권에 잘 나오는 것 같더군요.

참고자료

1. 파블로 네루다, 네루다시집: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 (정현종 옮김, 개정판), 민음사, 1994.
2. Pablo Neruda, Canto General(trans. Jack Schmitt), U. of California Press, 1991.
3. Carlos Lowry, Discografia Jaivas(Los Jaivas Hompage), http://www.eden.com/~carlos/jaivas.html.\\ 4. Ray Goforth, Some thoughts on Pablo Neruda's epic poem "The Heights of Macchu Picchu", http://www.ucaqld.com.au/news/issue1/neruda.html.\\ 5. 민용태, 스페인.중남미 현대시의 개척자들: 로르까에서 네루다까지, 창작과비평사, 1995.
6. 카를로스 푸엔테스,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서성철 역), 까치글방, 7. Mikhail Bakhtin, Rabelais and His World(trans. Helene Iswolsky, U. of Indiana Press, 1968.

- libero - Seong-Woo Kim mailto:swkim@cclab.kaist.ac.kr

2 # 파블로 네루다 시[ | ]

[Pollen. mailto:pollen@inote.com]

Los Jaivas가 영어가사를 부르고 있는가요? 왜 그러지? 이상하네.....
어쨌든, 영역이 좀 잘못된 것 같아서 덧붙입니다.

마지막 곡 "final" 은 처음처럼 짧은 곡인데, 마치 파도처럼 강약이
조절된 피아노 반주를 배경으로, 다음의 마지막 행을 부릅니다.
Give me silence, water, hope. 나에게 침묵과 물과 희망을 주시오.
Give me struggle, iron, volcanoes. 나에게 투쟁과 쇠와 화산을 주시오.
Cling to my body like magnets. 자석처럼 내 몸에 붙어.
Hasten to my veins and to my mouth. 내 혈관과 입으로 서둘러 와서.
Speak through my words and my blood. 내 말과 피를 통해 이야기하도록.

이 부분의 에스빠뇰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Dadme el silencio, el agua, la esperanza.

Dadme la lucha, el hierro, los volcanes.

Apegadme los curepos como imanes.

Acudid a mis venas y a mi boca.

Hablad por mis palabras y mi sangre.

(원문에 공백 시행이 한 줄씩 있습니다)

세번째 행이 좀 이상한데, 'apegadme'에서 apegarse(부착, 부속하게 하다)의 명령형 apegad에 'me'가 붙었으니, '내게 붙여다오' 정도가 맞는 것 같습니다.
(기억이 좀 가물가물해서 자신이 없긴 하지만....) 그리고 'los cuerpos'는 복수형 이지요? 그러니까 '내 몸'은 의역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붙인 말이고, 실제 로스 꾸에르뽀스가 의미하는 것은 '그대들의 몸(들)'이 됩니다.

기타 등등, 정현종 시인의 번역판을 참고하신 것 같은데,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는 초기 작품이라 'Alturas De Macchu Picchu'가 없겠지요. 그리고, 시인 특유의 시적 감각으로 '매우 자연스러운' 번역은 되고 있지만 중역(에스빠뇰-> 영어->한국어)이라 원문과 거리가 생길 위험이 있는 번역본입니다. '번역 불가능성'을 두번 거쳤으니.....

젊은 스페인 문학가인 김현균씨가 옮긴 '인어와 술꾼들의 우화'(솔 출판사 세계시인선 18)를 갖고 있는데, 원문이 옆에 나와있어서 스페인어를 아시는 분은 대조하면서 읽을 수 있도록 해놓았고, 비교적 정확한 번역이 되어 있는 것 같아 옮겨봅니다. 전문을 옮겨볼까요? (물론 번역되어 있는 부분입니다)

Alturas de macchu picchu  XII  #

나와 함께 태어나기 위해 오르자, 형제여.

네 고통이 부려진 그 깊은 곳에서
내게 손을 다오.
넌 바위 밑바닥으로부터 돌아오지 못하리.
땅 속의 시간으로부터 돌아오지 못하리.
딱딱하게 굳은 네 목소리는 돌아오지 못하리.
구멍 뚫린 네 두 눈은 돌아오지 못하리.
대지의 밑바닥에서 나를 바라보라,
농부여, 직공이여, 말없는 목동이여.
수호신 구아나코를 길들이던 사람이여.
가파른 발판을 오르내리던 미장이여.
안데스의 눈물을 나르던 물장수여.
손가락이 짓이겨진 보석공이여.
씨앗 속에서 떨고 있는 농부여.
너의 점토 속에 뿌려진 도자기공이여.
이 새 생명의 잔에
땅에 묻힌 그대들의 오랜 고통을 가져오라.
그대들의 피와 그대들의 주름살을 내게 보여다오.
내게 말해다오, 보석이 빛을 발하지 않았거나 땅이 제때에 돌이나 낟알을 건네주지 않아, 나 여기서 벌받아 죽었노라고.
그대들이 떨어져 죽었던 바위와
그대들을 못박아 매달았던 나무 기둥을 내게 가리켜다오.
그 오랜 부싯돌을 켜다오,
그 오랜 등불을, 그 오랜 세월 짓무른 상처에
달라붙어 있던 채찍을
그리고 핏빛을 번뜩이는 도끼를.
나는 그대들의 죽은 입을 통해 말하러 왔다.
대지를 통해 흩뿌려진 말없는 입술들을 모두 모아다오.
그리고 밑바닥으로부터 얘기해다오, 이 긴긴 밤이 다하도록.
내가 닻을 내리고 그대들과 함께 있는 것처럼,
내게 모두 말해다오, 한땀 한땀,
한구절 한구절, 차근차근,
품고 있던 칼을 갈아,
내 가슴에, 내 손에 쥐어다오,
노란 광선의 강처럼,
땅에 묻힌 호랑이의 강처럼.
그리고 몇 시간이고 몇 날이고 몇 해고, 날 울게 내버려다오.
눈먼 시대를, 별의 세기를.

내게 침묵을 다오, 물을 다오, 희망을 다오.

내게 투쟁을 다오, 강철을 다오, 화산을 다오.

그대들의 몸을 내 몸에 자석처럼 붙여다오.

나의 입술과 나의 입으로 달려오라.

나의 말과 나의 피로 말하라.


시집의 각주에 따르면......

'마추피추의 산정'은 페루 중남부 안데스 산맥에 있던 고대 잉카 제국의 요새 도시로, 1911년 예일 대학의 히람 빙엄Hiram Bingham에 의해 발견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네루다는 1943년 10월 22일에 이곳을 방문하였고, 2년 후인 1945년 칠레에서 이 '마추피추의 산정'을 썼다고 하지요.
역사적 고증 자료가 전무한 거대한 유적을 둘러보고, 네루다는 덧없이 묻혀버린 죽은자들의 존재를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상상적 세계 구성 -> 사자들의 존재 인정 -> 강림 요청 -> 예찬 -> 중남미의 역사적 질곡을 헤어날 수 있도록 기원 -> 민중들의 연대감"의 내적 흐름을 지닌 서사시가 네루다로부터 나왔습니다.
위에서 인용한 12번째 마지막 시는 그런 흐름 속에서 농부, 직공, 목동, 미장이, 물장수, 보석공, 도자기공들을 하나씩 차례대로 불러냅니다(호격이지요).
거의 살풀이굿과 일맥상통하는 거라고나 할까요? "나는 그대들의 죽은 입을 통해 말하러 왔다" 그럴 겁니다. 네루다의 진정성을 의심치 않는 한 말이죠.
'일 포스띠노'는 너무 나긋나긋하게만 그렸죠? 사실 나긋나긋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Pollen 드림.


[libero, 김성우, mailto:swkim@cclab.kaist.ac.kr]

Pollen님 쓰시길..
> Los Jaivas가 영어가사를 부르고 있는가요? 왜 그러지? 이상하네.....
> 어쨌든, 영역이 좀 잘못된 것 같아서 덧붙입니다.
> > 세번째 행이 좀 이상한데, 'apegadme'에서 apegarse(부착, 부속하게 하다)의 > 명령형 apegad에 'me'가 붙었으니, '내게 붙여다오' 정도가 맞는 것 같습니다.
> (기억이 좀 가물가물해서 자신이 없긴 하지만....) 그리고 'los cuerpos'는 복수형 > 이지요? 그러니까 '내 몸'은 의역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붙인 말이고, 실제 로스 > 꾸에르뽀스가 의미하는 것은 '그대들의 몸(들)'이 됩니다.
> > 기타 등등, 정현종 시인의 번역판을 참고하신 것 같은데,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 > 는 초기 작품이라 'Alturas De Macchu Picchu'가 없겠지요. 그리고, 시인 특유의 > 시적 감각으로 '매우 자연스러운' 번역은 되고 있지만 중역(에스빠뇰->영어->한국어 )이라 > 원문과 거리가 생길 위험이 있는 번역본입니다. '번역 불가능성'을 두번 거쳤으니..
...
> 지적해 주시고 원문까지 올려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위험한 번역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 우를 범했군요.
에스파뇰 원문을 구하질 못해서, 제가 가진 텍스트인 그 영어로 번역된 시집을 참고했었거든요. 참고로 하지는 않았지만 정현종님의 시집은 제목이 초기작을 땄지, 내용은 여러 시집에서 발췌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마추피추 산정은 3번째 편만 번역되어 있네요..)

그리고, 사실 앨범에서는 스페인어로 노래부르고 있지만, CD 속지에는 가사가 나와있지도 않습니다. 영어 번역본과 스페인어 노래를 들으면서 몇몇 단어를 기초로 일일이 대조해서 각 부분부분을 알아냈는데, 재밌더군요.
스페인어 단어들은 인터넷의 온라인 사전들을 참고했는데, Pollen님 스페인어 기초교본이라도 좀 소개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Cranium Music(http://www.cranium.co.nz/)에 가면 이 앨범의 몇몇 샘플러들을 리얼 오디오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 libero - Seong-Woo Kim mailto:swkim@cclab.kaist.ac.kr


[Pollen, mailto:pollen@inote.com]

쓰시길......

지적해 주시고 원문까지 올려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위험한 번역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 우를 범했군요.
에스파뇰 원문을 구하질 못해서, 제가 가진 텍스트인 그 영어로
번역된 시집을 참고했었거든요. 참고로 하지는 않았지만 정현종님의 시집은
제목이 초기작을 땄지, 내용은 여러 시집에서 발췌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마추피추 산정은 3번째 편만 번역되어 있네요..)

리베로님 쓰신 걸 흠잡은 건 절대 아니고, 단지 허두를 떼면서 시 전문을 올리려는 목적에서 썼다는 것 아시죠? ^^ 정현종님의 시집은 정말 그렇지요. 보내고나서 '아차' 싶었습니다.
정확하시군요. 헤헤.

그리고, 사실 앨범에서는 스페인어로 노래부르고 있지만, CD 속지에는
가사가 나와있지도 않습니다. 영어 번역본과 스페인어 노래를 들으면서
몇몇 단어를 기초로 일일이 대조해서 각 부분부분을 알아냈는데, 재밌더군요.

과연 리베로님다우시군요. 대단한 학구열! 비근한 예로, Rocking on Classics 번역은 말할 것도 없고, 오래 전에 Solaris 곡에 현미경 들이대듯이 쪼개서 샘플링한 원곡 리스트를 적어보내셨던 기억이 나는군요.
예바동이 풍성해지는 것 같습니다.

스페인어 단어들은 인터넷의 온라인 사전들을 참고했는데,
Pollen님 스페인어 기초교본이라도 좀 소개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혹시나, 아는 척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걱정스러웠는데, 역시나, 이렇게 곤궁에 빠지게 되는군요.
전 교양 과목으로 2학기 배우긴 했는데, 지금은 다 까먹어 버렸어요.
계속 한다한다하면서도, 외국어란 게 안쓰니 금방 까먹더군요.
영어는 그래도, 중고시절에 줄창 하니까, 좀 안해도 어느 정도 가는 것 같은데......
'스페인어 기초교본'은 제가 받아적어논 게 있는데, 책이 집에 있네요.
다음에 알려 드릴께요. ^^ 재밌긴 재밌어요. 스페인어. 너무 변화무쌍해서 탈이지만.

Pollen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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