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aoGilberto

 


# Joao Gilberto - Joao Gilberto[ | ]

황사가 두꺼운 커튼을 드리우고 있다. 이에도 아랑곳없이 신록은 상쾌한 용모를 수줍게 내민다. 비록 지독한 황사때문에 만끽할 수는 없지만 그 안으로 비치는 연록색의 잎새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이 시기에 왜인지 알 수는 없어도 감정의 확장을 느낀다. 알 수 없는 일이다.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있었다. 나이 지긋한 여교수가 강의하는 '영미 명시의 감상'시간에 난 고대 해부학에 대해서 지극하게 작은 부분을 배웠다. Melancholy의 개념을 설명하며 담즙이 많으면 사람의 감정은 우울해진다고 고대 해부학에서는 그렇게 우울함의 개념을 설명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시기가 되면 나의 체내에서는 담즙이 과다분비하나보다.

모든 수업이 끝났다. 그 새 잠시 내린 봄비에 적셔진 대기가 싱그럽다. 괜시리 코끝이 시큰해짐을 감각하고 있다. 그렇다. 이 시기가 되면 감정의 확장을 느끼며 난 잠시나마 Melancholy라고 하는 해석할 수 없는 기호로 가득한 모순된 감정에 나를 맡긴다. 이 때의 희뿌옇게 침잠하는 감정은 Melancholy라고 규정하고 싶은 감정이다. 이 때의 희뿌연 감정의 침전상태를 한 번 깨끗하게 씻고싶었다.

집에 조금 늦은 시간에 들어가서 레코드장을 열었다. 이 안에 무언가 내 안의 이 희뿌연 상태를 맑게 희석시켜줄 수 있는 음반이 무얼까라고 생각하던 중 내 손에 이 음반이 걸렸다. Joao Gilberto의 Same Title이다.

이 음반이 지닌 기본적인 청량함이 내 안의 까닭없는 우울함이 만들어낸 침전을 희석시켜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1973년에 발매된 이 음반은 Brazil이라는 국가가 내가 사는 이 곳과 얼마나 먼지를 잘 알면서도(시차 12시간, 하수가 그리는 소용돌이의 방향조차 정반대인 그 곳) 더없이 내게 부합됨을 깨닫는다.

여기서 Joao Gilberto는 Voice & Guitar 아니지 그는 Brazillian이니 Voz e Violao이라는 표현이 어울리겠다. 여하튼 겨우 이정도에 아주 울림이 적은 타악기로 편성이 이루어져 있는 음반이다. Joao의 감미로운 우수를 내포하고 있는 voz de veludo(velvet voice라는 표현이다.)와 소폭의 울림을 지닌 Violao의 알수없는 미묘한 흔들림이 혈관을 공명하며 적당한 리듬감을 지닌 상쾌함을 만들어내며 이 안에는 내 현재의 의도와는 불일치를 느끼는 파스텔톤의 Melancholy가 숨겨져있음을 깨닫는다.

지독하게 내성적인 고독함이 좁디 좁은 내 방에서 절묘한 떨림으로 울릴 때의 조용하지만 지극한 희열은 말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감미롭게 그리고 사근사근하게 척수를 울리는 듯한 음반. 전혀 상극의 감정인 상쾌함과 우울함의 완벽한 일대일 함수를 그려내는데 성공했던 1973년도가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경험이 아닐까 싶다.

수록곡

01. Aguas de Marco
02. Undiu
03. Na Baixa do Sapateiro (INST.)
04. Avarandado
05. Falsa Balana
06. Eu Quero Um Samba
07. Eu Vim da Bahia
08. Valsa (Como Sao Lindos Os Youguis) (BEBEL)
09. E Preciso Perdoar
10. Izaura

-Invictus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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