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URecords

1 # new version[ | ]

개인적으로 한국에 문화'판'이 제대로 형성된 것은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다음이라고 생각한다. 90년대 중반 이후 영화와 대중음악에서 자생적 인디문화가 꽃피기 시작했으니 그 결실을 우리가 즐기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오늘 소개하는 M2U 레코드의 김기태 사장은 그 인디문화중에서도 가장 알려지지 않은 영역중의 하나를 다룬다. 80년대 후반부터 국내에서 몇 년간 인기를 얻었던, 하지만 지금은 잊혀져가는 포크/프로그레시브 락 계열의 음반들 중에서도 묻혀있는 좋은 음반들을 꾸준히 발매하고 있다.

2년 전 김기태 사장은 그를 잡지에 소개하기 위해 찾아간 나를 보자마자 대뜸 말했다. 왜 홍보하려고 난리치는 다른 잘나가는 곳을 소개하지 별볼일없는 자신에게 왔느냐고. 그는 홍보에 대해 전혀 관심없이 그저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요즘같은 마케팅의 시대엔 조금은 어리숙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그사실은 지금도 별 차이가 없다.
사실 M2U 레코드는 김기태라는 인물 한 사람에 의해 이루어져 있다. 그는 기획/계약/마스터링/제작/인쇄/유통(본인 말에 의하면 청소까지)을 혼자 꾸려나가고 있다.
M2U는 music to you의 약어로 이 곳은 국내에서 프로그레시브 락 시장이 죽어버린 2000년에 설립(?)되었다. 2001년 5월에 첫 음반을 발매하고 지금까지 스물 여섯 타이틀의 음반을 발매했다. 만 2년동안 한 사람에 의해 이정도의 음반들이 출시된 것은 경이로운 일이라고 할 만 하다.

그는 LP스타일의 고풍스러운 종이커버를 고집한다. 커버 만드는 비용이 일반 플라스틱 케이스의 몇 배나 되는데도 이를 고집하는것은 음반 자체의 완성도 때문이다. 그는 본격적인 LP 컬렉터로서의 경력이 10년이 넘는 이 바닥의 '선수'이다. 그렇기 때문에 음반 커버의 완성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여 국내 최고의 인쇄소들을 직접 찾아다니고 인쇄 품질을 끊임없이 확인한다. 그와 얘기하다보면 인쇄에 관한 것이 절반은 되며 그의 인쇄에 관한 지식은 웬만한 전문가 뺨칠 수준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곳을 통해 나온 커버들은 종이커버의 왕국이라는 일본에서도 호평받고 있다. 종이커버 재발매 CD는 요즘 일본 음반계의 화두라고 해도 좋을만큼 성행중이며 전 세계적으로 고가에 유통되는 상황이다. 내 일본 친구는 M2U의 음반 재킷이 일본의 종이재킷들 보다 더 훌륭하다고 얘기한 적이 있고, 얼마전에 신주쿠의 음반점들을 돌아본 나도 그것을 다시금 확신하게 되었다.

 \\ 포스터가 포함되어 발매된 스페인의 미려한 프로그레시브 락 작품 Gotic.

 \\ 스페인에서 발매된 CD와 M2U에서 재발매한 CD의 비교

그가 발매하는 음반은 오리지널의 음질이 엉망인 것이 많고, 상당수는 이십 년 이상 방치되어 온 것들이다. 이 때문에 그는 마스터테이프를 찾아내거나 음질 좋은 LP를 구해 복각한다. 그는 이 과정에서 벨기에인 노이즈 제거denoise전문가에게 많은 도움을 얻고있다고 말하는데 이 마스터링 엔지니어는 음반 교환을 통해 끈끈하게 맺어진 사이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음반들은 시간의 때가 묻었음에도 충분히 즐길만한 수준의 음질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음반 속지도 그가 신경쓰는 부분 중 하나이다. 자료가 희귀한 음원들이므로 여러 가지 자료를 찾아서 적어두었을 뿐 아니라 비 영어권 음반들은 가사 해석까지 싣는 국내 라이센스 음반들에서는 정말 찾아보기 힘든 작업들까지 해내고 있다. 알록달록한 그만의 개성적인 폰트 사용은 웃음이 나올 정도지만 그 내용을 읽어보면 그의 많은 노력이 느껴져 웃음이 흡족한 미소로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을것이다.
그는 절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 음반 발매 계약시 판권이 불분명할 경우 혼자서 일일이 저작권자를 수소문하여 심지어는 저작권자에게 당신의 권리를 찾으라고 충고까지 한다. 그가 내놓은 음반들 중 상당수는 불법으로 나왔다가 세계 최초로 '정식' 라이센스 된 음반들이 수 종 있다.
첫 번째 음반의 유통을 도매상을 통해 시도한 이후 그는 기존 유통구조의 횡포에 질려버린 나머지 유통에서마저 인디가 되기로 했다. 그는 현재 일본의 대형 레코드샵인 디스크 유니언Disk Union등에 직접 수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통신판매를 하고있다. 인터넷을 통해 주문을 받고 포장에서 발송까지 역시 혼자 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그의 노력은 사람들에게 천천히 알려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M2U레코드라는 이름이 찍혀있으면 모두 사는 '매니아'들도 생기고 있다. 해외에서도 당당한 음반의 제작 품질 뿐만 아니라 음반이 담고있는 내용도 훌륭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아르헨티나와 쿠바의 포크 음악을, 영국의 싸이키 포크락을, 포르투갈의 재즈락을 들어볼 기회를 준 것도 중요하지만 그는 전문가의 귀로 선별하여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을 소개해왔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가 소개한 음악들은 수십년의 시간을 견뎌낸 명반들이며 특히 해외에서 호평받고 있다.
이번에 발매된 그의 음반들에는 저작권자의 소재가 불분명하여 불법으로만 나왔던 유명한 포크 앨범 두 장이 포함되어있다. 물론 최초의 정식 발매이다. 그리고 이 타이틀들은 일본 뿐 아니라 영국을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배포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가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얼마전에 신중현 선생과 함께 선생의 명반들을 복각하는 작업에 참여해왔다. 김정미, 김추자, 그리고 신중현 선생 자신의 연주가 담긴 십여 장의 음반이 모두 오리지널 커버의 LP스타일 CD로 재발매되었다. 당연히 커버에서는 그의 인쇄솜씨가 빛을 발했다.
그리고 그는 이제 자신의 영역을 미술 출판쪽으로도 확장하려는 시도를 하고있다. 좋은 음반을 만드는 과정에서 얻어진 인쇄 실력과 거품을 빼서 단가를 최소화한 가격으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들의 '제대로 된' 화집을 찍어내려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지만 음반에서 보여준 그의 실력을 알기에 그의 화집은 우리 사회에 '진검승부'라는 문화 충격을 줄 것이라 나는 믿고있다.

문화적 저력은 백만장 팔리는 음반 하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만장 팔리는 음반 열종류에서 나오는 것이다. 물론 백만장짜리 댄스그룹을 만들어서 한류열풍에 실어보내면 경제적 효과도 있고 좋긴 하다만, 댄스그룹을 듣고 한국음악에 관심 가진 중국인들이 다른 것을 듣고싶어하면 뭐라고 할 것인가. 계속 똑같은 것을 들려줄 것인가. 그리고 그들이 와서 '너희는 우리에 대해 아는가?'라고 말하면 뭐라고 말할 것인가. 나 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관심가지려는 마음, 똑같은 것만 아니라 다른 것에게 관심을 가지려는 다양성의 추구야 말로 문화산업의 핵심 경쟁력이다. 다양성이 뒷받침해주지 않는 문화산업은 말 그대로 공허할 뿐이다.
M2U에서는 처음 찍을때부터 1000장 내지는 1500장밖에 찍지 않는다. 그것도 쉽게 안팔릴 정도로 청자층의 폭이 좁기 때문이다. 그나마 내수용으로 팔려나가는 것 보다는 일본을 비롯한 외국으로 나가는 물량이 더 많은 형편이다. 언제까지 우리는 남이 입고있는 옷을 똑같이 입을것이며, 남들이 보는 영화를 보고, 길거리에서 나오는 음악만 들을 것인지. 근본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길은 소비자들이 색다른 욕구를 분출시켜서 문화 생산자들에게 색다른 것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 뿐이다.
우리시대의 가장 개성적인 문화 유통자중 하나로 생각되는 김기태 사장의 작업들이 국내의 여러 문화 애호가들에게 하루빨리 재발견되길 기대한다. -- 거북이 2003-8-18 10:26 pm

2 # old version[ | ]

소박한 것이 아름답다, M2U레코드

격월간 스테레오 뮤직 1,2월 호를 위해 쓴 글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에 문화'판'이 제대로 형성된 것은 김대중 정권이 들어선 다음이라고 생각한다. 김영삼 정권 중기 이후 영화와 대중음악에서 자생적 인디문화가 꽃피우기 시작했는데 그 결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기껏해야 4-5년이라는 말이다. 나에게 있어 그 기준은 자본의 종속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인 인디independant문화의 유무이다. 오늘 소개하는 M2U 레코드는 그 인디문화중에서도 가장 소외된 영역중의 하나를 다루는 곳이다. 이 곳을 독립음반사들 중에 가장 처음으로 다루는 것은 이 곳의 운영방식이나 설립취지가 완전히 인디중의 인디이기 때문이다.

M2U 레코드의 사장님은 나를 보자마자 대뜸 말했다. 왜 홍보하려고 난리치는 다른 잘나가는 곳을 소개하지 별볼일없는 자신에게 왔느냐고. 사실 M2U레코드http://www.m2urec.com는 김기태라는 인물 한 사람에 의해 이루어져 있다. 그는 기획/계약/마스터링/제작/인쇄/유통[ 본인 말에 의하면 청소까지 ]을 혼자 꾸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M2U는 music to you의 약어이다. 이 곳은 국내에서 프로그레시브 락 시장이 죽어버린 2000년에 설립(?)되어 2001년 5월에 첫 음반을 발매하고 지금까지 여덟 타이틀의 음반을 발매했다. 다른 인디 음반사들이 발매하는 속도에 비하면 결코 적은 수량이 아니다. 그리고 그는 LP스타일의 고풍스러운 종이커버를 고집한다. 커버 만드는 비용이 일반 플라스틱 케이스의 몇배나 되는데도 이를 고집하는것은 음반 자체의 완성도 때문이다. 그는 본격적인 LP 컬렉터로서의 경력이 10년이 넘는 이 바닥의 '선수'이다. 그렇기때문에 음반 커버의 완성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여 국내 최고의 인쇄소들을 직접 찾아다니고 인쇄 품질을 끊임없이 확인한다. 그와 얘기하다보면 인쇄에 관한 것이 절반은 되며 그의 인쇄에 관한 지식은 왠만한 업자는 뺨칠 수준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곳을 통해 나온 커버들은 종이커버의 왕국이라는 일본에서도 호평받고 있다. 종이커버 재발매 CD는 요즘 일본 음반계의 화두라고 해도 좋을만큼 성행중이며 전 세계적으로 고가에 유통되는 상황이다. 그가 발매하는 음반들은 대부분 음질이 엉망인 것들이다. 이십년 이상 방치되어온 것들이다. 이때문에 그는 마스터테이프를 찾아내거나 음질 좋은 LP를 구해 복각한다. 그는 이 과정에서 벨기에인 노이즈 제거denoise전문가에게 많은 도움을 얻고있다고 말하는데 이 마스터링 엔지니어는 그와 음반 교환을 통해 끈적하게 맺어진 인연이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음반들은 시간의 때가 묻었음에도 충분히 즐길만한 수준의 음질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는 절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데 M2U의 모든 음반에는 품질에 불만이 있으면 환불해주겠다는 글이 적혀있다. 계약시 판권이 불분명할 경우 혼자서 일일이 저작권자를 수소문하여 심지어는 저작권자에게 당신의 권리를 찾으라고 충고까지 한다. 계약과정에서 미심쩍은 부분이 있던 음반의 속지에는 혹시 송사가 걸릴경우 음반을 회수해야 할 일이 생길수도 있으니 협조해달라는 '황당한' 글귀까지 적혀있다. 그는 이런 타협할줄 모르는 태도때문에 종종 곤역을 치르기도 했다고. 첫번째 음반의 유통을 도매상을 통해 시도한 이후 그는 횡포에 질려버린 나머지 유통에서마저 인디가 되기로 했다. 그는 현재 일본의 대형 레코드샵인 디스크 유니언Disk Union등에 직접 수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통신판매를 하고있다. 인터넷을 통해 주문을 받고 포장에서 발송까지 역시 혼자 하는 것이다. 한가지 깜찍한 점이 있다면 그것은 이 음반들의 부클릿이나 사이드 라벨의 디자인이 무척 유치하다는 것이다. 특히 서체 디자인typographic에 있어서는 형편없는 수준이다. 기존 음반을 복각하는 거라면 멋지게 해내는 그이지만 디자인적 창작이 필요한 곳에서는 전혀 힘을 못쓰는 것이다. 그 스스로도 디자이너 한명은 써야겠다는 말을 할 정도지만 그에 비해 담겨있는 해설과 가사[ 종종 해석까지 ]는 충실하다. 포장보다는 질로 승부한다는 점에서 M2U는 파스퇴르 유업을 연상시킨다.

이런 특이한 사람이 발매하는 음반들은 모두 소외받는 음악이라는 점이 공통적이긴 하지만 상당히 다양한 장르에 걸쳐있다. 이탈리아 팝(I Dik Dik), 프랑스 포크(Asgard), 포르투갈 심포닉 락(Petrus Castrus), 괴기영화 사운드트랙(Goblin), 캐나다 포크/심포닉(Harmonium) 등 말이다. 이들은 다양한 장르이지만 흔히 통칭하길 프로그레시브 락이라 하는데 그것은 락의 융성기인 6-70년대에 유럽 문명권 전역에 걸쳐 락음악이 자체적인 실험을 진행하고 전통과의 결합을 꾀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락음악에서 국가적인 색채를 찾아보기는 매우 어렵게 되었다. 6-70년대에 각국이 가지고 있던 개성이 80년대의 디스코 물결 이후 세계화되거나 소멸해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음악의 진보는 멈추어버렸고 프로그레시브 락은 더이상 프로그레시브하지 않다.

여기서 M2U에서 발매한 음반들 몇 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실 이 음반들은 음악을 처음듣는 이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은 아니다. 이미 우리는 미국식 감성에 찌들어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2-30년이라는 시간차와 유럽이라는 지역차도 존재한다. 이러한 음악을 접하기 위해서는 귀를 조금은 열어두고 관용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먼저 가장 소개할 작품은 고블린Goblin의 [ "바퀴벌레" 마크의 환상 여행Il Fantastico Viaggio del "Bagarozzo" Mark ](1978, M2U 1001, Cinevox SC 33/77)이다. 고블린의 음반들은 현재 일본에서 별 의미없는 LP 미수록곡들을 추가한 완전판이 공개되었지만 오리지널 재킷을 살리지않은 경우가 많아 원성을 사고있다. 고블린은 이탈리아 밴드로 괴기영화의 귀재인 다리오 아르젠토Dario Argento의 영화 진홍빛Profondo Rosso(1975)의 사운드트랙을 맡으며 데뷔했다. 그전에 [ 체리 화이브Cherry Five ](1974)라는 앨범을 내기도 했지만 이것은 이것은 고블린이나 전신인 올리베르Oliver의 명의로 나오지 않았다. 다리오 아르젠토의 영화가 성공하면서 삽입된 영화음악도 함께 성공했기때문에 이들은 이후 안정적인 음반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들의 괴기스러운 음악이 매우 효과적이었기에 이후 다리오 아르젠토의 영화음악은 거의 고블린이 맡게 되었다. 이 [ 마크의 환상 여행 ]은 사운드트랙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밴드의 음악으로 나온 것으로 사운드트랙 앨범들이 분위기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둔 것에 비해 재즈락적인 성향이 강하며 보컬도 많이 들어있다. 전체적으로는 당대의 트렌드에 따라 컨셉트 앨범적인 성격을 띠고있다. 이들의 음악이 이탈리아 재즈락의 최고봉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탈리아 재즈락을 알기 위해서는 아르띠 에 메스띠에리Arti e Mestieri와 아레아Area를 듣지 않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역시 고블린의 진가는 역시 [ 진홍빛 ]이나 [ 써스피리아Suspiria ](1977, Cinevox MDF 33/108)등의 사운드트랙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고블린의 이 앨범 또한 이탈리아 재즈락의 수준을 보여주는 앨범임에는 분명하다. 다리오 아르젠토의 영화는 최근에 DVD로도 출시될만큼 대중적이고 또 영화사적으로도 의미있는 작품들이니 꼭 한번 접해보시길 바란다. 그의 영화들은 척 보면 그의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을만큼 그만의 특색들이 드러나있다.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분위기에 영화음악이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으니 영화 보실 때 사운드트랙에도 귀를 기울이시라.

다음으로 소개할 작품은 아르모니움Harmonium의 [ 순회공연En Tournee ](1980, 1977년 녹음)이다. 아르모니움은 캐나다의 불어권 밴드로 따사로운 포크락으로 시작해서 시간이 갈수록 재즈적 터치가 덧붙여진 심포닉 락을 했던 밴드이다. 이들의 데뷔작 [ 아르모니움Harmonium ](1974)과 2집 [ 제 5계절Si On Avait Bensoin d'Une Cinqueme Saison ](1975)은 프로그레시브락 팬들이 무척 아끼는 명작들이다. 이 앨범 [ 순회공연 ]은 이들이 3집 [ 7조각의 완성L'Heptade ](1976)을 내고 돌았던 투어중 하나를 담은 라이브 앨범으로 방송용으로 녹음된 것이 해적반으로 유통되었던지라 그동안 제대로 공개되지 않다가 M2U를 통해 공식적으로 발매된 음반이다. 전작 [ 7조각의 완성 ]이 이전의 뽀송뽀송한 음악들에 비해 재즈적이고 연주지향적으로 조금 변모해서 이 공연 실황 역시 그런 느낌이 강하지만 이들이 들려주는 현장감이란 상당히 수준높은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3집에 비해 질적으로 우수한 연주를 들려준다고 생각한다. 아르모니움의 지명도가 워낙 높은지라 전세계의 프로그레시브 팬들이 애타게 찾던 음반중 하나인 [ 순회공연 ]. 일본에서는 자국내 독점 배급권을 갖겠다고 쌈박질까지 하는 중이라니 M2U로서는 이 앨범이 소규모 대박(?)을 터뜨려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는 야심작이라 하겠다. 조만간 이들의 1,2집이 국내에서 라이센스로 공개될 예정이라 이들의 음반도 대부분 쉽게 청자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빠스또랄Pastoral의 [ 인간Humanos ](1976)이다. 빠스또랄은 아르헨티나의 포크 듀오로 누에바 깐시온의 흐름에 동참하기도 했던 미성의 그룹이다. 이들은 80년대 초반까지 6장의 앨범을 발표했는데 멤버 알레한드로Alejandro de Michel가 83년에 교통사고로 죽는 바람에 이들의 음반들은 명반에서 전설이 되었다. 이들의 음악은 남미의 정서를 담고있지만 민속음악과는 조금 거리가 있고 목가적 분위기를 띤 유럽 포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 앨범 [ 인간 ]은 그중에서도 최고작으로 알려져있는데 우리에겐 조금 낯선 스페인어로 부르는 처연한 보컬라인은 다른 어떤 포크 음반들 못지않게 뛰어나다. 이 앨범은 다른 앨범들에 비해 특히 서정적인데 이들의 그룹명인 목가牧歌의 뜻에 걸맞는 스타일이라 하겠다. 이번에 이들의 4집인 [ 하늘안에 갖혀Atrapados en el Cielo ](1977)가 함께 공개되었는데 이 앨범은 오리지널 LP의 변형커버를 그대로 살려내어 또한 많은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레시브 락을 듣는 기쁨 중 하나는 그 예쁜 재킷들에 있기도 하니 말이다. 그 희소성으로 프로그레시브와 포크 팬들에 의해 희대의 명반으로 알려진 이 앨범이 국내에서 CD화되어 전설로 이루어진 거품이 빠지고 제대로 평가받게 되었다. 내 판단에는 다른 과대포장되었던 몇몇 프로그레시브 앨범들과는 달리 이 앨범은 필청의 포크 앨범으로 사람들 손에 들려있을것 같다.

클래식 애호가라면 그동안 너무 클래식이라는 것에 연연해오지 않았는가 생각해봐야 한다. 클래식이 가지는 중압감이 다른 음악들을 듣고자하는 욕망을 짓누르지 않았는가 말이다. 팝/락을 즐기는 애호가라면 듣던 음악들을 한번 되돌아보자. 너무 영미권에만 치우친 것이 아닌지.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면 얼마든지 색다르고 좋은 음악을 찾을 수 있다.

문화적 저력은 200만장 팔리는 조성모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수만장의 판매고를 올리지만 꾸준히 좋은 음반을 내어놓는 이상은이나 만장 팔리면 대박이라고 좋아하는 크라잉 넛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M2U도 마찬가지이다. M2U에서는 처음에 찍을때부터 1000장 내지는 1500장밖에 찍지 않는다. 그것도 대부분 안팔릴 정도로 청자의 폭이 좁기 때문이다. 잘 팔려나간다면 왜 한정판을 내겠는가? 많이 찍어 많이 팔지...-_- 그나마 내수용으로 팔려나가는 것은 정말 소량이고 대부분 외국으로 나간다. 즉 여기서 발매되는 음반들은 국내 음악 애호가들의 폭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이런 좋지만 희귀한 음반들이 복각된다는 사실을 외국에 알려주는 것들이기도 한 것이다. 이런 레이블들이 각 장르에서 터져나와 그 장르에 대한 이해를 깊게 만들어야 비로소 문화적인 저력이 생긴다. 앞으로 이런 저력을 보여주는 국내 인디 레이블들에 대해 좀 더 알아보도록 하겠다.

3 # 의견 개진[ | ]

  • 이건 얼마짜리, 이건 얼마나 묻혀있었던 것인지 굿데이성 발언 추가
  • 쥬얼케이스와 종이커버 비교사진
  • 작업장 소개 -- 거북이 2003-8-24 8:56 pm

이랄것도 없지만, 언제나처럼 건조한 글이구만. ^^; (나도 별수없긴 하지만)
시시콜콜 이야기할만한거야 있겠느냐만 생각나는대로 적어보자면 우선 M2U 음반들이 소외된 음악들이라기보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존재 자체를 몰라서 모르는식으로 표현해주면 어떨까? 소외란건 의식한다는 전제가 깔리지.

제도권 횡포(S씨가 제도권이랄 수 있을까만은)에 대해서는 언급을 구체적으로 조금만 해주었으면 싶다. 결국 시장의 수요층이 박하게 된 더 나아가 올디스벗구디스 문화의 저변을 일본에 비해 턱없이 취약하게 만든 이면에는 그런 제도권의 책임이 분명히 150% 이상 되니까. 강하게 어필해줬으면 하는 소망이 있네.

그리고, 레이블 소개를 나름대로의 극찬과 함께 했으면 그래서 도대체 어떤 류의 음악이길래 소외건 무시건 당하는건지 설명은 곁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극악무도 음악인지, 요즘에 인디란 말과 함께 소개되면 다분히 왜곡해서 전달될 소지가 크지.

전반적으로 앞뒤를 대충이라도 아는 사람만 읽으며 제대로 끄덕일 수 있는 내용이지 않나 싶고, 문화저력에 대한 자네의 소견은 지난번 표현이 훨씬 맘에 드네. 조성모와 크라잉넛 비유가 맘에 안든다면야 모를까.

머랄까...하여간 나두 답은 못주면서 이런 얘기하기도 그렇지만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보통 사람들이 읽게된다면 신문지상에서 스쳐지나가는 어느 " 시골학교의 괴짜발명왕" 이야기 정도의 주목밖에 받지 못하는건 아닐까 하는 노파심만 든다네. :( -- BrainSalad 2003-8-19 11:06 am

문서 댓글 ({{ doc_comments.length }})
{{ comment.name }} {{ comment.created | snsti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