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neDays

# The Madding Crowd

  (Sony, 2000) ★★★

아버지가 아끼던 나무를 베어버렸지만, 정직하게 말하고 용서를 받았다는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일화에서도 보여지듯이, 정직성, 성실성 (보다 넓게 포괄해서 말하자면 ?진정성?) 이라는 것은 그 실체야 어쨌든, 미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는 신화적 모티브다. 브루스 스프링스틴, 펄 잼등을 거쳐 음악에서 이 진정성을 구현하는 뮤지션들의 계보는 끊이지 않는데. 이들의 뒤를 잇겠다고 나선 이 롱아일랜드 출신 5인조 청년들의 수수하지만 고집스러워 보이는 사진을 보고 있으려니 어쩐지 기분이 좋아진다. 순수라는 건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유리 같긴 하지만, 자신들의 인생에서 가장 순수한 시절을 보내고 있을 젊은이들을 목격한다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탄탄한 클럽 활동을 바탕으로 메이저 데뷔 앨범이자 통산 세번째 앨범인 [The Madding Crowd]를 낸 나인데이즈는 우리나라의 델리 스파이스처럼 트윈 보컬-송라이팅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존 햄슨 John Hampson 은 매력적이고 부드러운 중음역을 소화하며, 브라이언 아담스처럼 거친 허스키의 브라이언 데스보 Brian Desveaux 는 주로 버스 verse 부분에서 존 햄슨이 잡은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코러스 chorus 의 역할을 한다. 앨범의 제목은 토마스 하디의 소설, <광란의 군중으로부터 벗어나 Far from the Madding Crowd> 에서 따 왔다. (?영감이 필요했을 때 이 책을 읽었다. ?사랑이란 사실 어떤 약한 부분에 의해 가능한 힘? 이라는 문장은 내가 읽어 본 것 중에서 가장 멋진 구절이었다.?- 존 햄슨) ?보컬과 기타만으로 훌륭한 음악이 될 수 없다면, 그것은 결국 훌륭한 음악이 아니다? 라는 그들의 싱어송라이터 정신은 닐영이나 밥 딜런 같은 이들로부터 이어받은 것이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이들의 송라이팅 능력이 돋보이는 'So Far Away', ?Absolutely (Story of a Girl)', ?If I Am' 등은 라디오를 통해 이미 우리 귀에 익숙한 노래들이다. ?광란의 군중들?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 속에서 관계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진솔한 가사를 썼다는 인터뷰처럼, ?Absolutely (Story of a Girl)' 의 따뜻한 시선은 소박한 감동을 전해준다. (?이것은 한 여자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강둑에 앉아 울면서 자기를 둘러싼 세상을 익사시키곤 했지요. 사진 속에서 그녀가 그렇게 슬퍼 보일지라도, 살짝 웃을 때의 그 모습을 난 정말 사랑합니다.?) ?Bob Dylan'은 이들에게 큰 감명을 준 뮤지션인 밥 딜런의 육성을 실제로 담아 화제가 됐으며, 존 햄슨의 고음역 코러스는 마치 영국 뮤지션들의 목소리처럼 화사하다. 중반 이후의 곡들은, 이들이 전체적으로 완성도 높은 앨범을 만들고자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부에 비해 처지는 느낌이다. 어느 사이트엘 갔더니, ?여름 로맨스의 추억에 화상을 입은 분들은 이곳에 와서 음악을 들으세요? 라는 카피 문구가 있던데, 마지막 곡 ?Wanna Be'는 기온이 떨어지고, 갑자기 모든 게 쓸쓸하게 느껴지는 겨울에 듣고 있으면 묘하게 위안이 되는 노래다.

앨범 프로듀서인 Nick DiDia 는 펄잼, RATM 의 밴드들과 함께 작업했던 인물로, 불필요한 장식을 덧붙이지 않고 전체적으로 컴팩트한 앨범을 만드는데 주력했다고 한다. 작금의 다른 밴드들의 음악과 뚜렷이 구분되는 특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평범함이 상업성이나 무능으로 느껴지는 밴드가 있는가 하면, 나인데이즈 처럼 기분 좋은 소박함과 진실함으로 느껴지는 밴드가 있다. 데뷔 앨범으로선 좋은 출발이긴 하지만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이들의 꿈을 실현시키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처음 정신을 잃지 말고, 부디 빈곤한 영감 위에 스트링과 혼을 뒤범벅한 앨범을 들고 나와 우리의 음악적 발전이 어쩌고 하는 선배들의 뒤를 잇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vanylla,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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