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Crimson2000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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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의 생각 3: 킹 크림즌, 혹은 이성과 광기

킹 크림즌의 이번 투어 <The Construction Of Light Tour 2000>은 2000년 5월 19-21일의 '내시빌 웜-업'을 시작으로 5월에서 11월에 세계 각지에서 열렸다. 유럽, 일본, 미국의 3부분으로 나누어진 투어에서 킹 크림즌은 5월 27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공연을 시작으로 7월 3일의 런던 공연까지 유럽에서 총 25회, 10월 2일에서 16일의 일본 투어에서 총 11회, 그리고 10월 19일에서 11월 24일까지의 미국 투어에서는 총 28회의 콘서트를 가졌다. 외국 생활을 해보신 분은 이미 잘 아시겠지만, 킹 크림즌은 (일본의 '프로그레' 매니어 층 정도를 제외하고는) 일반 음악팬들에게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특히 미국인들은 웬만한 젊은이들도 그들을 아는 이들이 거의 없으며, 영국과 독일 등지에서나 조금 알려진 정도이다. 이는 그들의 압도적인 음악성과 30년에 걸친 활동 시기를 고려해 볼 때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그들은 69년의 걸작 <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으로 데뷔했다). 이런 점에서는 '상대적으로' 우리 나라와 일본 등지에서는 오히려 상당히 잘 알려져 있는 편이다(프로그레시브 매니어의 경우가 아니라면, 우리 나라에서 그들이 이름이나마 좀 알려져 있는 이유는 아마도 그들의 유일한 '히트곡'인 'Epitaph'때문일 것이다). 프랑스에서도 사실상 그들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스매싱 펌프킨즈, 레이디오 헤드나 마릴린 맨슨 등 최근의 록 음악을 상당히 듣는 젊은이들도 그들의 이름 앞에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여하튼 나는 항상 파리의 공연만을 취재했던 점등을 고려해 이번에는 7개월 동안 그들이 가졌던 총 77회의 콘서트 중 6월 3일의 독일 슈투트가르트 공연을 선택했다.

영국의 잡지 (Mojo)나 프랑스의 <록&포크>(Rock & Folk) 등을 통해 그들의 최근 소식을 간간히 접해오던 나는 이번 공연이 이전의 더블 기타·베이스·드럼의 '더블 트리오'가 아닌 '4인조'의 모습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 적지 않게 실망하기도 했지만, 여하튼 '로버트 프립이 있는 킹 크림즌의 공연'에 참석하게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당신과 나는 6월 3일 토요일 오후 2시 경 나의 중고 고물 '혼다 시빅'을 타고 슈투트가르트에 도착했다. 차로 약 3시간 남짓하게 걸렸다. 공연장을 확인한 우리가 호텔에 짐을 풀고 (나의 아내와 여섯 살 난 나의 딸 아이, 두 명의 다른 친구도 동반한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이전과 달리 '상당히 좋은 호텔'을 골랐다) 가벼운 시내 관광과 저녁을 마친 후 호텔을 나선 것은 7시 무렵이다. 물론 아내와 아이, 친구들은 호텔에 남겨둔 채로 ...

아, 형, 아무리 생각해도 빌 브루포드하고 토니 레빈이 탈퇴해 버린 건 진짜 아쉬운 일이네요. 그렇지? 사실 바로 우리가 보는 공연 직전에 그렇게 된 건 정말 천추에 한이 맺힐 통탄할 일이야. 그래도 할 수 없지, 뭐. '썩어도 준치'라는 말도 있지만, 킹 크림즌이 '썩은' 것도 아닌데 일단 한 번 가서 봐야지. 더군다나 한국에 있는 독자 분들이 보면 우리가 하는 얘기도 다 '배부른 소리들'이지, 뭐. 그거야 그렇지만, 그래도 ... 하여튼, 형, 형은 요번 앨범 어떻게 들었어요? 그게 좀 논쟁적이지? 하여튼 내가 '논쟁적'이란 말을 했지만, 일단 쉽게 '야, 이번 앨범은 맛이 갔다, 아주 아니야, 킹 크림즌도 이젠 끝났어' ... 이런 말보다는 '논쟁적이다, 여전히 문제적이다 ... 좀 더 시간을 두고 들어봐야 되겠다 ...' 이런 생각이 먼저 드는 걸 보면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보통 앨범'은 분명 아니지. 사운드가 공격적인 것도 여전하고 ... 한 마디로 쉽게 처리해 버릴 수 없는 앨범인 거는 분명해. 그러니까 형은 일단 부정적이진 않지만 또 그렇다고 확실한 찬사를 주는 것도 아니네요 ... 그런 것 같은데 ... 하여튼 일단 긍정적 유보를 하는 거잖아요. 긍정적 유보? 뭐, 말하자면 그렇게도 볼 수 있겠지. 그런데 너는 어떻게 들었냐? 저는 사실 저번 때하고 비슷하지요. 전 앨범 되게 좋아하거든요. 물론 데뷔 앨범이나, 진짜 '전성기' 때의 <Larks' Tongues In Aspic>, , 뭐 그것도 아니면 좀 더 후반기의 , 의 충격만큼은 안 되겠지만요. 은 뭐가 좋았는데, 어떤 점이? 일단 전혀 타협적이지 않고요, 사운드가 되게 '모던'하잖아요. 기술적으로도 녹음이나 소리가 엄청 깨끗하고 연주나 편곡이 무지 깔끔하잖아요. 커버도 무척 마음에 들고요. 아 ... '네오 프로그레시브 세대'는 그 앨범을 그렇게 듣는군 ... 한국에 있는 다른 친구들도 그 앨범을 대개들 좋아하지요. 물론 <Larks' Tongues In Aspic>나 만큼은 아니라고 해도요. 그렇지, 동시대에 그런 앨범들이 사람들한테 주었던 충격이나 영향력을 오늘 에서 기대할 수야 없지. 그리고 꼭 그런 방식의 영향력만이 진짜 영향력인 것도 아닐테니까,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겠지 ... 하여튼,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겠지만, 나 같은 경우엔 예를 들면 사람들이 지금 킹 크림즌이나 뭐 피터 게이브리얼, 로저 워터즈, 아니면 핑크 플로이드 같은 '거장 그룹·아티스트'한테 젊은 신인 그룹들이나 보여줄 수 있는 참신성이나 패기, 아니면 스타일 상의 혁신을 바라는 건 아니라고 보거든. 좋아, '거장'이란 단어를 쓴다면, 난 우리가 '거장'에게 바라는 것은 그런 게 아니라 '뛰어난 자기만의 스타일리스트로서의 거장'의 음악을 기대한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사람들이 킹 크림즌이나 핑크 플로이드의 판을 사면서 그 안에서 예를 들면 레이디오헤드, 림프 비즈킷이나 포큐파인 트리 같은 방식의 감성적 충격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이 말이지. 그렇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사람들은 '거장'의 음악에서, 즉 이 '위대한 스타일리스트'의 음악에서 오늘을 직시하는 나름의 시대적 의미, 혹은 진정성이랄까 하는 것을 찾는 것 같아. 사실 사람들이 이 '위대한 스타일리스트로서의 거장'에게 기대하는 건 그의 음악(아니, 단순히 음악만이 아니라 '삶' 자체)에 대한 비전, 즉 '통찰'에 다름 아니라고 봐. 난 바로 이런 점에서 킹 크림즌과 로저 워터즈, 브라이언 에노 등등은 나름대로 유의미한, 그리고 예스나 ELP, 핑크 플로이드, 제너시스 등등은 무의미한 작업을 펼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 그런 사람들한테 그런 걸 기대하는 게 일단 무리겠죠. 그런 면에서 80년, 특히 90년 이후 킹 크림즌의 작업은 상대적으로 상당히 독보적인 예외를 보여줬잖아? 로버트 프립이 정말 다른 건 다 포기해도 '실험정신'만은 한번도 포기한 적이 없는 인물이란 건 아는 사람은 누구나 다 동의할 수 있을 걸.
있잖아요 ... 근데 ... 사실 전 킹 크림즌 앨범은 거의 다 들어봤어도 프립의 솔로 앨범들이나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 시리즈, 또 '리그 오브 더 젠틀멘'(The League Of The Gentlemen), '선데이 올 오버 더 월드'(Sunday All Over The World), '로버트 프립 스트링 퀸텟'(Robert Fripp String Quintet) 같은 프로젝트 그룹들은 고사하고, 킹 크림즌 (서브) '프로젝트'(ProjeKct) 판들도 거의 못 들어봤어요. 이름만 들었죠, 그냥 ... 음 ... 그게 진짜 '한 콜렉션' 되지. 내가 지금 대충 생각해봐도 (불법 부틀렉 라이브는 빼고) 킹 크림즌 정규 스튜디오·라이브 앨범만 20여장, 순수 킹 크림즌 유관 서브 프로젝트 앨범들도 한 20장 가까이 되지. 프립의 개인적 솔로 프로젝트도 10여장, '기타 크래프츠'(Guitar Crafts)도 한 10장 되고, 사운드 스케이프도 10장 정도, 이것만해도 이미 100장 가까이 되고 ... 거기다 프립이 연주해준 앨범들, 프립이 세운 디시플린 글로벌 뮤직 레코드(www.disciplineglobalmobile.com) 릴리즈까지 합하면 또 한 100장 ... 이걸 다 합하면 일단 한 200장 되고 ... 거기다 비디오, LD, 프립이 쓴 책들까지 합하고 ... 또 거기다 피터 신필드, 그렉 레이크부터 데이빗 크로스, 존 웨튼, 최근까지의 온갖 이전 킹 크림즌 멤버들이 직접 참여한 솔로, 그룹들의 정규 릴리즈만 해도 거의 최소 100-200장은 정말 간단히 넘어버릴 걸 ... 우욱, 그렇게까지 많을 줄이야 ... <뮤지컬 박스>에서 '킹 크림즌과 로버트 프립' 뭐 이런 특집은 안 해요? 아니, 이런 걸 해줘야 '진정으로 독자를 생각하는 <뮤지컬 박스>!' 뭐 이런 거 아니겠어요? <뮤지컬 박스>가 킹 크림즌을 안 다룰 리는 없고 ... 하긴 하겠죠? 하지, 해야지, 왜 안 하겠어! 우리 네 사람 다 얼마나 정말 '골수 킹 크림즌 팬'인데! 그리고 그 얘길 창간호 준비 모임 때부터 하긴 했었거든 ... 근데 결론은 우리가 한두 호 내고 그만 둘 것도 아닌데, 마지막까지 내실 있는 잡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정말 자신 있는 그룹들은 좀 더 뒤에 사람들이 우리 잡지의 '내공'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되는 시기가 올 때까지 미루자 ... 그래도 핑크 플로이드 같은 그룹은 잡지의 인지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창간호에 선택됐지만 ... 우리가 자신 있고 또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진 킹 크림즌, 예스, ELP, 소프트 머신 같은 그룹은 보다 후에 다루고 그보다는 클래시나 크라프트베르크 같은 마찬가지로 중요하지만 보다 덜 알려진 그룹들이 먼저 선택됐지. 사실 제너시스는 몰라도 피터 게이브리얼만 해도 그에 대해서도 정확한 정보나 체계적인 제대로 된 비평은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전무했거든. 외국 친구들도 우리 잡지를 보면 좀 '놀라는 바'가 있을 걸 ... 또 우리 나라에서는 간과된 중요한 아티스트들의 제대로 된 정리와 평가도 중요한 부분이지. 이런 점에서는 언젠가 데이빗 보위나 록시 뮤직 혹은 브라이너 에노나 프랭크 자파의 특집도 꼭 나와야 할거야. 또 '독일 코즈믹 록', '영국 캔터베리 록', '이탈리아 프로그레시브 록' 같은 장르 특집도 선택될 수 있고, 예정된 우리 5호처럼 '역사상 가장 창조적인 데뷔 앨범 100선' 같은 것도 나올 수 있지. 하여튼 한 권을 내더라도 음악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보기에 '제대로 된 책'을 낸다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야. 이건 우리 편집진들이 처음부터 비평가가 아니라 순수히 음악을 좋아하는, 듣는 사람 입장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또 중시하는 부분이지. 예를 들어 그 유명한 핑크 플로이드나 킹 크림즌만 해도 그 사람들 정규 앨범 릴리즈나 솔로 프로젝트들 리스트를 우리 나라에서 구하기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야. 킹 크림즌만 해도 유관 앨범이 그렇게까지 많은 줄 모르는 사람도 많을 걸. 사실 지금도 인터넷이 있다해도 어느 누가 혼자 그걸 다 찾아내고 또 그 앨범들은 다 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야 할거야. 그러니 나머지 그룹들은 말할 것도 없지. 1차 자료 정리, 데이터 베이스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즉흥적 인상으로 '날리는' 비평이 균형 잡힌 적절한 인식 혹은 더 나아가 새로운 통찰에 도달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야. 사실 그건 모래 위에 성을 짓는 거나 다름없거든. 내 생각에 어떤 분야든 우리 나라 비평가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들 중의 하나는 제대로 된 자료 정리, 데이터 베이스의 구축이야 ...

당신과 나는 어느덧 공연장 앞에 서있다. 7시 반. 공연은 8시이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낮에 위치를 확인하고 잡지에 실을 사진을 찍어둔 공연장은 겉으로 얼핏 보아도 무척이나 좋은 공연장이다. 그리고 지금 저 안에는 로버트 프립이 있을 것이다. 당신과 나는 그를 만나러 안으로 들어간다 ... 당신과 나는 드디어 킹 크림즌의 공연을 보는 것이다.

형, 여기 뭔가 되게 '격조 높은 공연장' 같네요. 그러게, 아마 원래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것 같은데 ... 그렇죠? 야, 저기 저 사람 티 셔츠를 입고 있는데 ... 그러게요. 그 옆 사람은 요번 투어 티 셔츠인데요. 그 옆 사람은 티셔츠를 입고 있네 ... 야, 이걸 파나보다. 우리도 하나 사 입을까, 비싸지 않나 ... 어, 여기서 킹 크림즌 서브 프로젝트 시디들하고 프로그램도 파네요(근영, 프로그램 표지를 이 부분에). 그래? 그럼 하나 사야지 ... 허허, 이것 참 잘 만들었구나. 맥주나 한 잔 사 마시면서 한번 읽어보자. 여기 계단에 앉을까요? 그러자.
그 때 곁에 있던 아주 해사하게 잘 생긴 백인 청년 하나가 우리에게 친절한 태도로 말을 건다. 물론 독일어로 ... 뭐 라고 하는 거지? 영어를 하나? 일단 한 번 얘기해보지요, 뭐. (영어로) 저기 ... 우린 독어 못한다. 한국 사람들이거든. 우린 프랑스에 살아. 너 불어나 영어 하니? 어, 그래? 난 불어는 전혀 못하고, 영어도 잘 못 하는데 ... 하고 대답하는 영어 발음은 상당히 당황한 얼굴에 비해 무척 좋은 편이다. 하여튼 반갑다. 너희들도 물론 킹 크림즌 팬이겠지? 당연하지! ... '킹 크림즌 콘서트'에서 만났는데 설령 말이 안 통해도 무슨 대수랴! 여기서 만났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에 대한 많은 것, 그리고 오늘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말해준다 ... 우리는 킹 크림즌을 좋아하는 것이다. 야, 여기 공연장 무지 좋다. 좋지? 여긴 원래 클래식 전용 홀이야. 음향 시설 같은 게 죽여. 난 전에도 몇 번 와봤거든. 근데 넌 학생이냐? 아, 난 여기 공대에서 컴퓨터 전공해. 너희도 학생이니? 응, 우린 둘 다 학생이야. 사실 나는 <뮤지컬 박스>라는 한국 록음악 잡지에서 편집 일을 보거든. 그래서 공연 취재차 온 거야. 아니, 그래, 그럼 비평가야? 영광이다, 야! ... 영광은 뭘. 하여튼 반갑다. 넌 이름이 뭐니? 난 데얀 파찰로쉬(Dejan Pacalo )라고 해. 파찰로쉬가 성이야. 응? 파찰로쉬? 넌 독일 사람 아니니? 아니야, 난 크로아티아 사람인데, 여기서 태어났어. 아, 그래. 난 크로아티아는 축구팀의 수커(Suker) 밖에 모른다. 어! 너 수커를 아는구나! 아 그럼, 알지. 진짜 잘 하잖아! 고맙다, 야! 수커는 우리 나라의 영웅이야, 특히 지난 월드컵에서 독일을 3:0으로 이겼을 땐 난리 났었지 ... 하여튼 너희들은 킹 크림즌 공연은 처음이니? 응, 우린 처음이야. 너무 기대된다. 너는? 난 두 번째야, 전에 4인조일 때도 킹 크림즌이 슈투트가르트에 왔었거든. 벌써 몇 년 됐을 걸. 그땐 어땠어? 죽였지! 완전, 4명의 신들이 연주하는지 알았다니까! 어, 너희 맥주 다 마셨구나. 내가 한 잔 사줄게. 어, 아니야, 아니야, 우리가 낼게. 그러나 데얀을 벌써 자기 것과 우리 것, 세 잔을 사들고 온다. 이런 일은 유럽에서는 무척 드문 일이다. 록 콘서트에서 만난 친구들 사이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랄까. 데얀, 고마워. 아니야, 오늘은 니네가 내 손님이다(You're my guests, today)! 하하, 고맙다. 그럼 이따가 공연 끝나고는 우리가 한 잔 사지 ... 아참, 데얀, 너는 요번 판 어떻게 들었니? 아, 요번 판 ... 산 지 얼마 안 돼서 한 두세 번밖에 못 들었어. 그렇지? 상점에 깔린 지 아직 일주일도 안 된 것 같은데 ... 그래도 나쁜 판이라고는 생각 안 해. 다만 섣부르게 얘기하고 싶지는 않아. 그럼, 데얀, 니가 제일 좋아하는 킹 크림즌 판은 뭐냐? 나? ... 음 ... 아무래도 이라고 해야 하겠지. 내 '올 타임 베스트' 중의 하나야! 집에 돌아와서 피곤할 때 목욕을 하고 맥주를 마시면서 담배를 한 대 물고 을 걸어놓으면 만사 오케이야! 하하, 그래? ... 그리고 말이야, 있잖아 ... 니가 음악 평론가라니까 하는 말인데, 그거 알아? <롤링 스톤>(Rolling Stone) 독어판 지난 호에 킹 크림즌 특집이 났었거든, 새로 판이 나왔다고 말이야. 나도 표지는 봤어. 그런데 앨범 리뷰에서 이번 신보를 '죽이는 판'이라고 했었단 말이야 ... 그런데 이번 달 새로 나온 잡지에서는 또 같은 판이 '잘 들어보니 별로 더라'라는 식으로 썼더라고 ... 음악 비평가들 이런 짓거리는 정말 구역질 나.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생각나는 대로 그날그날 자기 기분대로 쓰면서 다음달에는 자기가 한 말을 잊어버리는 게 음악 비평가야. 으음 ... 말도 안 되는군 ... 정말 나도 그런 짓거리에는 환멸을 느낀다. 전적으로 동감이야. 물론 자기 생각을 바꾼 게 '정직한' 걸 수도 있지만 그러면 처음부터 좀 더 생각해보고 썼어야 되는 거 아냐? 거기다가 또 자기가 안 좋아하거나 이해를 못하는 장르의 음악은 음악도 아니라는 식의 모습은 정말 보기 싫어. 음악 비평가들은 정말 검증 받지 않은 문화 권력이야.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을 그냥 일반 팬한테 오히려 뺏어 가는 거 같아. 지나친 장르 집착도 그렇고. 내가 킹 크림즌이나 핑크 플로이드를 들으면서 비요크나 아니면 봅 훈트(Bob Hund) 같은 스웨덴 펑크를 듣고 있으면 사람들이 그러거든 ... '야, 너 어디 아프니? 왜 그래?'(Hey, what's wrong with you? what's the problem?) 뭐 이런 식으로 말이야. 하여튼 너나 너희 잡지는 제발 그런 일 하지 않길 바란다.

나는 인상도 무척이나 차분하고 조용해 보이는 이 잘 생긴 청년의 입에서 이렇게까지 심한 말이 나올 줄 몰랐기 때문에 속으로는 약간 놀라기도 했지만, 언제나 '듣는 사람'에서 출발한 내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8시 5분 전. 문이 열린 공연장 안에서는 프립의 '사운드스케이프'가 흘러나오고 있다. 우리는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 사람들이 서 있는 맨 앞 줄 부근으로 간다. 관객 쪽 뒤쪽 2층에는 좌석이 있다. 공연장은 가득 찼다. 한 2000명? 입장료는 64 도이치 마르크(DM)이다. 1DM이 대략 600원이므로 한 38,000원 가량 되는 셈이다(환율은 항상 바뀌므로 2001년 2월 현재 기준). 무대에는 기기들 이외에 별다른 장식이 없고 다만 뒤쪽에 직사각형의 흰 천이 가로로 길게 드리워져 있다. 프립은 언젠가 '우리의 음악이 그 자체로 충분히 시각적인데 굳이 다른 시각적 효과에 비중을 둘 필요성을 나는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남녀 비율은 보통의 록 공연장처럼 7-8:1 정도이다. 연령층은 대략 20-40대로, 역시 상대적으로는 '연로한' 층이 많은 편이다. 정확히 8시 3분이 되자 프립이 - 예상외로 - 만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띄고 등장했다. 이어 나머지 멤버들도 등장했다. 중앙 뒤쪽에 드러머 팻 마스텔로토가, 그 앞 중앙에 애드리언 밸류가, 객석에서 보아 그 좌측에 트레이 건이, 우측에 프립이 있다. 물론 프립은 여느 때처럼 앉아 있고 그의 곁에는 기타 신세사이저 기기가 놓여 있다. 그와 우리 사이의 거리는 불과 3-4m이다. 푸른 조명이 그들과 흰 천을 비추고 있다. 밸류가 마이크에 대고 특유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안녕!'(Thank you, Good Evening, Hello!)이라고 말하며 바로 음악이 시작되었다. 'Into The Frying Fan'! 쇼가 시작된 것이다!

Artist: King Crimson
When: 20H, 3 June, Saturday, 2000
Where: Beethoven-Saal, Liederhalle, Stuttgart, GERMANY

Personnels
Robert Fripp - guitars
Adrian Belew - guitars, vocals
Trey Gunn - bass touch guitar, baritone guitar
Pat Mastelotto - drumming

List Of Songs
1. Into The Frying Pan
2. The ConstruKction Of Light
3. ProzaKc Blues
4. FraKctued
5. VROOOM
6. One Time
7. Dinosaur
8. (improvisation)
9. The World's My Oyster Soup Kitchen Floor Wax Museum
10. Cage
11. Larks' Tongues In Aspic - Part IV/Coda: I Have A Dream

(Encore)
12. Three Of A Perfect Pair
13. (improvisation)
14. Sex Sleep Eat Drink Dream
15. "Heroes"

관중들의 환호 속에 이어지는 다음 곡들은 역시 이번 신보의 'The ConstruKction Of Light', 'ProjaKc Blues', 'FraKctured'이다. 사운드는 물론, 당연히 훌륭하다. 공연의 전체적 분위기와 조명은 바로 이번 앨범 커버와 똑같은 어둡고 진한 청색, 거의 암울하기까지 한 진한 푸른색이다. 가사와 음악이 맞물려 공연은 그들이 의도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공연은 어둡고 무겁다. 그리고 밸류의 가벼움은 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무엇인가 짓눌려 있다. 공연은 '빛의 구축'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어둠의 구축'(The ConstruKction Of Darkness)에 더 가깝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의 흥미로운 점은 탈퇴한 빌 브루포드와 토니 레빈을 대신해 메인 드러머·베이시스트로 등극한 마스텔로토와 건의 음악적 성취도 혹은 적합도이다. 나는 이렇게 판단한다: 두 사람은 모두 훌륭한 연주자들이다. 그러나 역시 천하의 '창조적' 드러머·베이시스트인 이전의 두 사람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전 그들의 연주를 모르는 크림즌의 새로운 팬들은 그들의 연주에 감격할 것이다. 그들은 나머지 팬들은 일정한 적응의 기간, 혹은 이전 두 멤버의 부재를 느낄 것이다. 두 멤버, 특히 브루포드는 '크림즌 내에 존재하는 검열의 분위기, 특히 프립의 음악적 사전 검열이 문제'라고 말하며 떠났다. 다른 사람도 아닌, 73년의 <Larks' Tongues In Aspic> 이래 장장 27년을 프립과 함께 했던 브루포드가 말이다. 이는 아마도 전 크림즌의 역사상 가장 중대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는 이전 그렉 레이크(Greg Lake) 혹은 키스 티펫(Keith Tippett)의 탈퇴보다 더욱 중요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더구나 레빈도 떠나버렸다. 크림즌에는 유일 '대주주'인 프립과 그의 최근, 80년 재결성 이래의 '수제자'인 밸류만이 남아 있다. 마치 장문인(丈門人)과 사형(師兄)처럼 말이다. 오늘 이후의 킹 크림즌이 이전을 능가하는 새로운 예술적 실험적 성취를 이루어 낼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이제까지의 네 곡에서 들리는 마스텔로토의 드럼은 뛰어나다. 탁월하다. 나름의 자기 세계를 가지고 있다. 적어도 그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뛰어난 연주자이며, 더욱이 무척이나 실험적인 연주자였다. 그러나 그도 역시 브루포드의 암영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그는 정박과 엇박을 오가는 브루포드의 '신의 경지'에는 미치지 못한다. 건 역시 레빈의 창조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물론 그가 레빈과는 다른 방향의 감수성을 택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는 보다 '서정적'이며, 매우 깊이 있는 놀라운 연주를 들려준다. 그러나 무릇 모든 예술에는 격조가 있다. 그리고 이런 면에서 사실 그는 레빈에 비하면 어림도 없다. 그는 현재의 네 멤버 중 가장 젊으며 또한 아직 자신의 독자적 경지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프립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잇을 것이다. 사실 이제까지 그의 멤버 교체는 적어도 '결과론적으로는' 항상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은 미지수다. 그는 심지어 탈퇴한 두 멤버에 대해 '그것은 그들의 선택이다 ... 하지만 그들이 원한다면 크림즌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말함으로써 그들에 대한 아쉬움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프립은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또 다시 한 번 '자신만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이 인생이며 그것이 음악이며 그것이 이 세계이다. 나는 프립도 브루포드도 레빈도 지지하지 않는다. 나는 다만 좋은 음악만을 지지한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의 존재론적 영역이다.
그러나 프립, 특히 'FraKctured'에서 들리는 프립의 기타/기타 신서사이저 소리는 가히 소름끼치는 오싹한 신의 경지이다. 그는 죽지 않았다! 그는 무서울 정도의 장인적 테크닉과 예술적 실험성으로 무장한 채 여전히 시퍼렇게 살아있었다! 이어지는 세 곡은 94/95년 / 앨범의 'VROOOM', 'One Time', 'Dinosaur'이다. 이전 라이브와의 비교를 가능케 하는 곡들이다. 크림즌은 95년이래 세 개의 라이브 <B'boom>(95, 2CD), (96), <Absent Lovers>(98, 2CD)를 출반했다. 특히 밸류의 보컬이 돋보인다. 오늘 새삼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이지만 그는 정말 좋은 싱어·기타리스트이다. 그의 연주와 보컬은 나무랄 데가 없다. 정말 4인조 킹 크림즌은 완벽한 콰르텟이었던 것이다. 오늘 공연에서 그들은 건과 마스텔로토가 가입한 이후의 곡들만을 연주하고 있다. 바람직한 전략이다. 이어지는 여덟 번째 곡은 내가 모르는 곡이다. 아마 임프로바이제이션인 듯 싶다. 약 15-20분 간 이어진 이 곡은 정말 놀라운 곡이다. 프로그램된 신서사이저 드럼으로 시작되는 이 곡은 초반 프립의 기타와 마스텔로토의 드럼 듀엣만으로 연주된다. 드러밍은 깜짝 놀랄 만큼 좋다. 무척이나 실험적인 이 곡의 하이라이트는 중반 이후 '발동이 걸린'(그들의 비디오를 보신 분은 이게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그가 입을 꼭 다물고 앉은 채로 자신의 기타 피킹에 따라 좌우 앞뒤로 몸을 뒤튼다) 프립의 솔로 기타 연주이다. 한편 이전과 마찬가지로 연주되는 대부분의 곡에서 프립은 리드 기타를, 밸류가 리듬 기타를 맡고 있다. 곡이 끝나고 시계를 보니 9시.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곡은 신보의 'The World's My Oyster Soup Kitchen Floor Wax Museum', 의 'Cage'이다. 'Cage'에서 밸류는 어쿠스틱 기타로, 건은 스틱 베이스를 6현 베이스로 바꾼다. 팜플렛에는 건이 '워 기타의 마크 워'(Mark Warr of Warr Guitars) 베이스 텃치 기타(bass touch guitar), 바리톤 기타(baritone guitar)만을 사용하며, 프립은 페르난데즈 앤 48th 스트릿 기타(Fernandes and 48th Street Guitar)를 사용한다고 나와있다. 그리고 건과 밸류가 다시 원래의 악기로 바꿔들면서 ... 드디어 신보의 'Larks' Tongues In Aspic-Part IV/Coda: I Have A Dream'가 연주된다. 10분에 걸친 광폭한 연주가 지난 후 밸류의 '대단히 감사합니다'(Thank you very much)라는 멘트와 함께 공연은 끝났다. 9시 25분. 공연시작 한 시간 25분만이다.

그러나 물론 관중들은 한 사람도 가지 않고 열렬한 환호로 앵콜을 외친다. 잠시 후 어쿠스틱 기타를 든 밸류가 혼자 등장하여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한다. 다름 아닌 'Three Of A Perfect Pair'! 4인조 시절인 84년 동명 타이틀 앨범 수록곡이다. 연주는 공연의 곡들과 달리 무척 경쾌하고 좋았다. 이번에는 밸류가 퇴장하고 나머지 멤버들이 모두 등장하여 연주를 시작한다. 녹음된 나레이션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중간에 등장하는 이 곡은 아마도 프로젝트(ProKject) 혹은 임프로바이제이션인 듯하다. 매우 아방-가르드적 분위기의 이 곡은 마치 <Three Of A perfect Pair>의 'Dig Me' 같은 분위기이다. 역시 탁월한 연주이다. 약 10분 가량의 이 곡 중반부에 건의 솔로 연주가 있었다. 밸류가 다시 등장하여 함께 연주한 다음 곡은 의 'Sex Sleep Eat Drink Dream'. 오늘 공연을 통틀어 가장 스튜디오 원곡에 비해 바리에이션이 많이 가해 진 곡이었다. 9시 45분. 다시 그들이 퇴장했다가 다시 등장해 연주한 오늘의 15번째, 마지막 곡은 놀랍게도 다름 아닌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77년 걸작 <"Heroes"> 앨범의 동명 타이틀곡이었다! 보위와 브라이언 에노가 공동 작곡한 이 원 곡의 세션 기타리스트는 프립이었다. 연주는 황홀했다. 이런 곡을 킹 크림즌의 라이브로 직접 듣는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밸류의 보컬도 뛰어났다.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공연이 끝난 것은 9시 52분. 한 시간 52분만이다. 밸류는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장난스럽게 관객들에게 자신의 기타 피크 7-8개를 던져 주었다. 9시 55분. 스피커에서는 다시 프립의 '사운드스케이프'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뱀발 - 탈퇴한 두 멤버인 브루포드와 레빈은 현재 각기 자신의 밴드를 이끌고 유럽 등지를 순회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들 그룹의 멤버들인데, 우선 토니 레빈 밴드(The Tony Levin Band)는 스틱·베이스에 물론 토니 레빈, 드럼에 제리 마로타(Jerry Marotta), 키보드에 래리 페스트(Larry Fast), 기타에 제시 그레스(Jesse Gress)로 기타를 제외하고는 이전 피터 게이브리얼 밴드와 같은 진용이다(www.tonylevin.com). 빌 브루포즈 어쓰 웍(Bill Bruford's Earth Work)은 기타리스트 래리 코리엘(Larry Coryel) 등 재즈 뮤지션 등과 협연 중이다. 이외에도 크림즌의 투어 후 마스텔로토의 밴드 마스티카(Mastica)도 투어를 진행 중이다(www.mastica.com). 트레이 건 밴드(The Trey Gunn Band)도 에릭 존슨, 제리 마로타 등과 협연한다(www.treygunn.com). 그 외 '킹 크림즌 패밀리'에 대한 가장 완벽한 - 가히 혀를 내두를 만한(!) - 정보는 다음을 클릭하면 된다: www.elephant-talk.com. 이에 따르면 2001년 2월 현재 킹 크림즌의 새로운 신보나 투어는 예정되어 있지 않다. --허경, 2001

2 # 에필로그: 똑 같은 것을 보는 여러 다른 방식들[ | ]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 펫 샵 보이즈 그리고 킹 크림즌, 혹은 기계에 대한 분노, 애완 동물 가게 소년들 그리고 진홍빛 왕.

1. 같은 것

여러 다른 입장들, 그리고 음악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갖는다. 그것은 그들이 생각되지 않은 것을 생각하려 한다는 것,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려 한다는 것,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을 생각하려 한다는 것이다 ... 그리하여 그들은 자신들의 삶의 영역인 음악을 통해 안에서 밖으로, 자기에서 자기와 다른 자기에로 '변화'(transformation)하려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적어도 오늘의 서양 젊은이들이 자신들을 위한 자신만의 '참다운' 음악을 가려내는 방식이다.

2. 다른 것

1) 현실 정치적 급진성: 기계에 대한 분노-애완 동물 가게 소년들-진홍빛 왕.
2) 예술적 형식(파괴) 미학적 급진성: 진홍빛 왕-애완 동물 가게 소년들-기계에 대한 분노.
3) 미시적 성 정치학 담론적 급진성: 애완 동물 가게 소년들-기계에 대한 분노-진홍빛 왕.

이 순서는 맞는 것일까? 문제 영역의 설정은 제대로 된 것일까?
여하튼, 이들 중 오늘 우리 사회에서 누가 가장 반동이며 누가 가장 진보인 것일까?
그들일까, 저들일까, 이들일까, 아니면 나일까, 그것도 아니면 당신일까? --허경, 2001

RATM20000203 > PSB20000208 > KingCrimson20000306 로 이어지는 글입니다. :) --편집자

3 # 촌평[ | ]


KingCrims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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